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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재정적자인 ‘공무원연금’, 지난해 퇴직자 월평균 수령액은 국민연금 ‘4.6배’

사진=공무원연금공단 서울지부

지난해 퇴직 공무원의 월평균 연금 수령액이 국민연금보다 4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월 400만원 이상 수령자가 8,573명에 달하면서 공무원연금 특혜 논쟁이 재차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일각에선 우리나라가 OECD 국가 가운데 공적연금에 가장 낮은 재정을 투입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형평성을 위해 향후 국민연금 개혁안에도 공무원연금처럼 정부의 재정 기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해 공무원연금 받은 상위 1만 명, 매월 평균 425만원 받아

10일 정우택 국회부의장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공무원연금 수령액 상위 1만 명이 매달 지급 받은 금액의 평균은 425만원이었다. 월평균 수령액은 268만원으로 국민연금보다 4.6배나 많았다.

이 가운데 수령 최고액은 월 738만원으로 8명이 월 600만원 이상을 받았다. 고액 수급자들의 최종 직책은 국무총리, 국립대 총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재직 기간이 40년에 이르는 이들은 2009년과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이전 계산식까지 일부 적용되면서 수령 금액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민연금 고갈 위기와 함께 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공무원연금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더 시급한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은 그대로 놔둔 채 국민 고통 분담이 불가피한 국민연금 개혁만 추진한다고 하면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공무원연금은 2001년 이후 20년 넘게 국가 재정을 투입해 지급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공무원연금 재정적자가 6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며, 나아가 2050년에는 무려 1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공무원연금 수령 시기, 국민연금보다 최대 17빨리 받은 사례도

공무원연금의 보험료율은 국민연금(9%)보다 두 배나 높은 18%다. 이 중 절반인 9%는 공무원의 사업주인 정부가 낸다. 여기에 매년 발생하는 적자를 메꾸기 위해 국가 재정까지 투입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달리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것은 둘째 치고, 공무원연금 특혜에 관한 논쟁은 과거에도 여러 번 있었다. 지난 2020년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요청으로 공무원연금공단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상당수 공무원이 60세 이전부터 공무원연금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빠르면 45세부터 수령한 사례도 있어 공무원연금 ‘막장 특혜’라는 꼬리표가 잇따랐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2018~2019년 공무원연금을 받기 시작한 5만8,773명의 61%가 60세 이하였다. 이 가운데 40대가 124명, 50대가 1만9,919명으로 전체의 34.1%에 달했다. 국민연금 수령 개시 연령이 만 62세인 것과 달리, 2018~2019년 공무원연금 수령 개시자의 85%가 국민연금보다 최소 1년에서 최대 17년 가까이 빨리 받았다.

강병원 의원은 “공무원 40만 명이 연간 3,000만원씩 5년만 연금을 일찍 받아도 무려 60조원이 소진된다”며 “2020년에만 2조1,000억원에 이르는 공무원연금 적자보전금이 세금으로 나갔다. 국민연금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개시연령을 국민연금과 같게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에도 국가 재정 투입해야

공무원연금 혜택에 대한 논쟁은 앞으로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연금에 투입되는 국고는 나날이 늘고 있지만, 그와 반대로 국민연금 개혁에는 국가 재원이 투입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공무원연금 수급자는 2018년 51만 명에서 지난해 63만 명으로 연평균 5.6%씩 증가하고 있다. 같은 기간 가입자도 116만 명에서 128만 명으로 불어나면서 더 많은 국가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정부는 그동안 여러 차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던 국민연금 문제를 국고를 투입해 개혁하는 방안에 대해 적극 반대해 왔다. 특히 보건복지부 산하 재정계산위원회가 밝힌 연금 개편안은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정부의 생각을 가늠할 수 있다. 개편안에 따르면 보험료율 인상(12~18%), 연금 수령연령 시기 조정(66~68세) 등이 주요 골자로 담겼다. 여전히 정부의 기여는 고려하지 않은 채 재정 안정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정부가 추구하는 이러한 개혁 방안이 일본에선 이미 실패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2004년 고이즈미 당시 총리가 보험료율은 높이고, 연금은 덜 받는 연금 개혁을 단행했다. 그렇게 일본은 이른바 ‘고이즈미 연금 개혁’을 통해 후생연금 보험료율을 2017년까지 점진적으로 18.3%로 인상했으나, 정부가 기대한 것과는 정반대로 현재 일본의 연금은 심각한 재정 악화에 놓여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보험료는 일본의 절반도 채 되지 않으면서 받는 연금액은 일본보다 높다. 국내 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과 개혁 방안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전문가들은 앞다퉈 정부가 연금 재정에 기여하는 쪽으로 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OECD 소속 연금기관 관계자는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공적연금에 가장 낮은 재정을 투입하는 국가”라면서 “정년 연장이나 연금 기여율 인상을 통해 재정 균형을 맞출 수 있지만, 그것만으론 연금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연금 재정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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