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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수해 예방 확실히 될까, 농식품부·환경부 관련 사업 예산안 발표

지난 7월 중순 집중호우로 인근 미호강 제방둑이 붕괴돼 침수된 오송 궁평제2지하차도 모습/사진=충청북도

정부 각처에서 기상이변, 집중호우 등으로 인한 수해를 예방하고, 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 제방시설 개보수 및 하천관리에 집중할 방침이다. 매년 여름철 장마와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반복되는 탓에 국가 제방시설의 미비성이 지적된 데 따른 것이다.

수해 막기 위해 농식품부·환경부 치수 사업 나섰다

7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잦은 홍수 피해의 원인으로 ▲저지대 농경지의 배수시설 미비 ▲기존 배수시설의 노후화 및 낮은 설계빈도 ▲오래된 저수지 등을 꼽았다. 이에 폭우나 태풍 등 극한의 자연 재난에도 안전한 농업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농업생산기반시설의 재해 대응 능력을 적극적으로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4,535억원을 투입해 상습 침수 농경지에 배수시설을 확충하고, 6,562억원을 투입해 저수지 등 노후 수리시설 개보수 및 저수지 물그릇 확장을 위한 퇴적토 준설에 나설 예정이다. 또 저수지 범람 위험시 인근 주민들에게 조기 경보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홍수 예·경보 시스템도 구축한다.

국가 치수(治水) 사업을 관장하고 있는 환경부 역시 수해 예방을 위해 하천 준설 및 댐 건설 등 제방 인프라를 대폭 확충할 전망이다. 지난 8월 말 환경부는 2024년도 환경부 소관 예산 및 기금이 올해 대비 7.3% 증가한 14조4,567억원으로 책정됐으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6조342억원이 물 관리 예산으로 지정됐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환경부는 내년 중에 관리가 잘 되지 않는 지방하천 10곳을 국가하천으로 승격해 하천 정비 비율 제고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 홍수 예방 효과를 극대화하고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 댐 10곳을 신설한다. 댐 종류는 사업비 기준 500억원 미만인 중소규모 댐 3개와 500억원 이상인 대형 댐 7개로 예정됐다. 환경부는 이를 위해 ‘마스터플랜’ 격인 기본구상안을 마련하고 필요한 타당성 조사도 근시일 안에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지난 8월 하천법 개정에 따라 국가하천과 지방하천이 만나는 구간 20곳 중 ‘국가하천 배수 영향 구간’에 해당하는 곳에 국가가 직접 공사를 진행할 수 있어 관련 정비도 진행한다.

수질 관리에 집중하다 수해 못 막은 환경부, 치수 필요성 제고

이처럼 정부에서 치수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올해 환경부의 수해 대응이 미비한 탓에 폭우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월 18일 오송 궁평제2지하차도 참사가 일어난 이후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 “물 관리를 제대로 하라”고 공개적으로 질타한 바 있다. 일부 여권 관계자들도 “수질 관리, 용수 확보 등에 특화된 환경부가 문재인 정권의 ‘물 관리 일원화’ 정책으로 국토교통부에서 하천 정비, 제방 관리 권한을 넘겨받으며 치수 작업이 미비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 내부에서도 작년 말까지 수문조사, 댐 운영관리, 하천 점용허가, 하천 공사 및 유지보수, 하천시설 관리 등 국토부의 물 관리 업무뿐만 아니라 홍수통제소, 수자원공사의 소관 부처까지 환경부로 이관되며 환경부의 전문성 부족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이번 참사와 관련된 미호강(미호천) 일대 정비 사업이 제때 완료되지 못한 점이 비판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보인다. 당초 국토부는 지난 2017년 3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미호강 하류와 금강 용담댐 상류 지역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미호강 강외지구 정비사업을 계획한 바 있다. 하지만 2020년 1월 미호강교 도로 확장공사, 국가철도공단의 충북선 개량공사와의 연계 추진을 이유로 일시 중단된 후 지난해 1월 환경부로 사업이 이관되면서 오는 2024년에 사업을 재개하기로 결정됐다.

전문가들은 “미호강 유역은 6년 전에도 물난리가 났던 곳인데, 하천 준설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점은 정부와 관련 지자체의 명백한 전문성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여권 관계자들은 “제대로 된 수해 방지를 위해 물 관리 권한을 국토부로 재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지난 7월에는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환경부의 물 관리 권한을 국토부로 이관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4대강 보중 하나인 금강 공주보 전경/사진=대전충남녹색연합

홍수 때마다 소환되는 ‘4대강 보’, 홍수와 상관없단 전문가 지적도

한편 지난 7월 역대급 폭우로 하천이 범람하고 도로가 침수되는 등 피해가 속출하자 ‘4대강 보’와 관련된 논란도 다시 부상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4대강 보가 홍수위를 높였다”며 “4대강 사업은 막대한 예산을 사용해 어처구니없는 피해만 남긴 말도 안 되는 국책 사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농식품부와 환경부의 수해 대책 마련을 보도한 기사의 댓글 창에도 “애초에 처음부터 잘했으면 됐을 텐데, 몇 조원을 버리는 거냐”, “4대강 사업 전반을 다시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 등의 비난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정부 하천 사업 자문에 응하거나 조언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은 ‘4대강 보’와 ‘홍수 피해’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정부의 발표처럼 배수시설 미비 등의 문제가 결정적 원인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원 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대강에 설치된 보의 수문은 일정 수위를 넘어가면 자동으로 열리게 돼 있다”며 “홍수는 수문개방 기준점보다 높은 단계기 때문에 ‘보가 홍수를 유발했다’, ‘보가 물의 흐름을 막아 수량을 조절했다’는 상반된 주장은 모두 성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준경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공동대표 역시 “4대강 보가 아니라 점점 늘어나는 강수량, 지자체의 제방·다리 시설 노후화 및 관리 미비 등이 홍수 피해의 주요 변수”라며 “환경부에서 도심·비도심 하천관리 계획 및 제방시설물 점검을 확실히 해야 피해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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