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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 A 투자유치 마들렌메모리 “손 많이 가는 리세일마켓, 브랜드 부담 줄일 것”

사진=마들렌메모리

패션 리세일 솔루션 릴레이(RELAY) 운영사 마들렌메모리가 프리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투자에는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와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을 비롯해 다수의 개인투자자가 참여했으며,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일반 쇼핑몰에서 B2B 중고마켓 신사업 전환

2018년 설립된 마들렌메모리는 패션 기업이 효율적으로 중고 의류 사업을 시작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기술, 물류, 운영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RaaS(Resale-as-a-Service) 스타트업이다. 당초 의류쇼핑 앱 피클링을 운영하며 일반 유통 기업과 유사한 사업을 전개했던 마들렌메모리는 팬데믹을 겪으며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고 판단, 당시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던 B2B(기업 간 전자상거래) 중고마켓을 신사업으로 결정했다.

2021년부터 본격적인 비즈니스 모델링과 솔루션 개발을 진행한 마들렌메모리는 지난해 코오롱인더스트리FnC와 협력해 코오롱FnC 전용 중고거래샵 OLO릴레이마켓을 론칭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로도 자전거 의류 의류 및 소품 브랜드 NRS 제품을 거래하는 RE-NSR, 유아동 수입 편집샵 포레포레의 리세일마켓 그린포레 등을 잇따라 선보이며 꾸준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마들렌메모리는 브랜드 전용 온라인 중고마켓 구축을 시작으로 사이트 정책과 거래 대상 품목, 매입가와 판매가 등을 제안하고 검수와 재상품화, 배송 등의 업무 일체를 전담한다. 주문과 배송, 이벤트 기획, 고객 응대 등 전반적인 사이트 운영도 마들렌메모리가 전담해 각 브랜드는 중고마켓 운영에 필요한 기준을 제시하기만 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마들렌메모리는 자사의 솔루션 릴레이를 통해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D2C(소비자 직접거래) 전략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공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재원 마들렌메모리는 대표는 “현재 다수의 탑티어 패션 기업이 릴레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번 투자유치를 기반으로 패션 기업과의 접점을 확대해 더 넓은 범위에서 기존의 중고 시장을 새로운 차원으로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발렌시아가 리셀 프로그램

구매주기 짧은 의류, 중고 거래 시장 확대 가속

2020년대 들어 중고 거래가 활성화하면서 중고 패션 시장도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중고 패션 특화 애플리케이션(앱)과 서비스가 쏟아지기 시작했으며, 기존 명품 브랜드가 자체 중고 거래 플랫폼을 선보이기도 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가 대표적인 예다. 발렌시아가는 최근 공식 홈페이지에 자사의 제품을 되팔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소비자가 필요 없어진 발렌시아가 제품을 판매처로 돌려보내면, 포인트처럼 사용할 수 있는 크레디트를 받는 식이다. 이렇게 매장으로 돌아온 제품들은 정품 인증을 비롯해 사진 촬영, 가격 책정 등의 과정을 거쳐 다수의 판매 플랫폼에 노출된다.

기업들의 이같은 움직임에는 중고 거래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판단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최대 중고 의류업체 스레드업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30대 소비자 62%가 “쇼핑할 때 원하는 중고제품이 있는지 먼저 검색한다”고 답했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해 전 세계 중고 패션 시장을 1,770억 달러(약 236조원) 규모로 추산했으며, 2027년에는 3,510억 달러(약 468조원)로 두 배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중고 패션 시장도 성장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중고 거래 앱 번개장터는 올해 패션 카테고리 거래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고 밝히며 이는 전체 중고 거래량의 44%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최재화 번개장터 대표는 “현 소비 세대는 중고 제품을 절약이나 가성비 소비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닌 나의 주도적 선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과거 중고 거래의 대다수를 차지했던 가구나 가전과 달리 의류는 부피가 작고 가벼운 데다 트렌드에 따른 구매 주기가 짧아 꾸준한 성장세가 기대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기술력만큼 중요한 ‘시장 이해도’, 선발주자 효과 기대

마들렌메모리는 이처럼 의류 리세일 시장이 급성장 중임에도 여타 브랜드들이 진출을 망설이는 이유를 기대 매출에 비해 손이 많이 가는 특징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리세일마켓을 운영하는 브랜드들의 목적이 대부분 이윤 창출보다는 제품의 생애주기를 관리하고, 크레디트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다음 소비를 유도하거나 ESG 경영을 현실화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발렌시아가는 리세일마켓을 구축을 위해 리테일 서비스 업체 리플런트와 손을 잡았고, 명품 브랜드 구찌를 보유한 프랑스 기업 케링은 2020년부터 미국 온라인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 더리얼리얼과 협업해 자사 리세일마켓을 운영 중이다.

현재 국내에서 이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마들렌메모리가 유일하다. 이번 투자유치 역시 전 세계 패션 리세일마켓의 급성장과 전문 시스템의 필요성이 강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투자를 이끈 이황복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심사역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패션 기업의 리세일 비즈니스를 B2B로 대행하는 서비스가 급성장하고 있다”며 “동일한 기조의 국내 확산이 예상되는 가운데, 마들렌메모리가 가진 소셜 임팩트 요소와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에 주목해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리세일마켓 솔루션은 기술적 완성도는 물론 시장 전반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 운영 역량이 중요한 종합 비즈니스로 꼽힌다. 이는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력을 갖췄다면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는 아니지만, 오랜 시간 시장의 반응을 수집하며 영업 노하우를 쌓은 선점 효과는 쉽게 따라 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함에 따라 다수의 후발주자가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마들렌메모리의 입지는 한동안 흔들리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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