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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스포츠 콘텐츠가 주력인 쿠팡플레이, 디즈니+의 ESPN+에 대항할 수 있을까?

사진=쿠팡플레이(좌), 디즈니+ & ESPN(우) 이미지 캡쳐

스포츠 중계가 성장 정체 논란에 빠진 OTT 시장에 새로운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스포츠 경기 시청을 즐기는 팬들은 2000년대 초반의 브라운관 또는 웹사이트에서의 생중계가 아닌, OTT 플랫폼 스트리밍에 익숙해져야 하는 시대가 됐다. 전문가들은 콘텐츠 수급이 생존의 핵심 전략이 된 상황에서 단단한 팬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중계권을 제외한 제작비 부담 등이 덜한 스포츠 중계 콘텐츠가 OTT 플랫폼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사진=쿠팡플레이 이미지 캡쳐

OTT 플랫폼들이 스포츠 중계권을 독점 스트리밍하면서 그동안 스포츠 중계를 책임졌던 SBS Sports, MBC Sports, SPO TV와 같은 채널들이 OTT에 밀려나는 것은 이제 기정사실이 되는 분위기다. 기존의 스포츠 중계 전문 방송국들은 2013년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튼) 등 국내 선수들이 뛰고 있는 프리미어리그의 중계권료로 연간 1,330만 달러(약 175억원)를 지급했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두 배를 훌쩍 넘긴 3,000만 달러(약 393억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스포츠 중계가 보장하는 시청률을 기반으로 판매되는 광고 수익으로는 현실적으로 한없이 올라가는 중계권 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사진=쿠팡플레이(좌), 티빙(중), 웨이브(우) 이미지 캡쳐

코로나19 확산 속에 티빙의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웨이브의 2020 도쿄올림픽, 쿠팡플레이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등 스포츠 팬들의 관심이 큰 대형 국제 스포츠 대회가 모두 OTT로 생중계됐다. 스포츠 전문 채널로 OTT 서비스 스포티비 나우(SPOTV NOW)도 병행하고 있는 스포티비까지 감안하면 웬만한 해외 스포츠 중계는 OTT가 아닌 곳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방송가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스포츠 경기 시청은 무료라는 인식이 조금씩 깨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 OTT 서비스 업계의 후발주자 쿠팡플레이는 스포츠·드라마 등 인기 콘텐츠를 늘리면서 혼란 속의 국내 OTT 업계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그동안 볼 만한 콘텐츠가 적다는 유저들의 불만을 받아온 쿠팡플레이가 최근 스포츠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강행하고 있는 이유는 ‘킬러 콘텐츠’를 마련해 자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투자 덕에 시청자들 사이에서 쿠팡플레이는 점점 스포츠 채널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

사진=쿠팡플레이

국내 대표 스포츠 생중계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쿠팡플레이는 지난해부터 K리그, NFL(미국프로풋볼리그), MLS(미국프로축구리그),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원 FC(ONE Championship, 아시아 최대 격투기) 등을 생중계하며 공격적으로 스포츠 관련 콘텐츠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에 더해 대한축구협회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국가대표 A매치 이외에도 2022 카타르월드컵 중계권을 확보했으며, 한국 선수들이 속해 있는 토트넘(손흥민), 보르도(황의조), 나폴리(김민재), 마요르카(이강인) 등의 중계권을 꾸준히 입찰했다. 2022-2023시즌 개막을 앞두고 토트넘·리버풀 등 유럽 명문 구단의 프리시즌 경기 독점 생중계도 진행 중이며 축구뿐만 아니라 NFL(미국프로풋볼리그), VNL(발리볼네이션스리그),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등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 생중계도 준비 중이다.

사진=쿠팡플레이

이처럼 쿠팡플레이가 스포츠 콘텐츠 확보에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는 가운데, 스포츠 중계권이 OTT 시장에서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반영하는 업계의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최근 시즌과의 흡수 합병을 발표하며 국내 OTT 1위에 도전하고 있는 티빙의 경우 축구를 비롯해 격투기·복싱·테니스 등의 중계권을 확보했다. 지난해 개최된 유로 2020을 독점 중계한 데 이어 유럽 4대 축구리그 중 하나인 독일 분데스리가의 3년간 독점 중계권을 따냈고, UFC(미국이종격투기대회), 월드 복싱 슈퍼 매치, 2022 롤랑 가로스(프랑스 오픈) 등도 독점 제공했다.

사진=애플TV 이미지 캡쳐

국외 OTT 플랫폼 중에는 애플TV가 MLS(미국프로축구) 중계권을 가져오면서 10년간 25억 달러(약 3조2,375억원)에 계약했고, 미국을 넘어 글로벌 방송권이 포함되어 모든 경기는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다국어 중계 서비스가 제공된다.

사진=넷플릭스

F1 중계권을 놓고 넷플릭스를 제친 아마존 또한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리그인 NFL의 올해 중계권을 획득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NFL Thursday Night Football 중계를 위해 2033년까지 매년 10억 달러의 금액을 지급하기로 했다.

애초 스포츠 콘텐츠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OTT 업계 부동의 1위 넷플릭스도 최근 관련 콘텐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는 F1 중계권을 노렸지만, 아마존에게 밀리면서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국내에서 F1은 다른 스포츠에 비해 비교적 인기가 적으나, F1 TV 중계의 글로벌 시청자 수는 지난해 누적 15억 명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넷플릭스가 F1 중계권에 관심을 기울인 이유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인 <F1, 본능의 질주>가 기대 이상의 인기를 얻음으로써 정체 중인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한 또 다른 돌파구로 삼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현재 ESPN과 TNT가 보유한 중계권이 2024-2025시즌 종료됨에 따라 내년에는 NBA 중계권을 놓고 OTT 업계가 다시 치열한 경쟁을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디즈니+(좌), ESPN+(중), 훌루(우) 이미지 캡쳐

이렇게 해외 OTT 플랫폼들이 스포츠 중계권을 가지고 국내에 들어오면서, ‘쿠팡 플레이’의 가장 큰 적은 ‘디즈니+’의 산하인 ‘ESPN+’이 국내 최대 대항마로 여겨지고 있다. ESPN 측에서는 1년 동안 ‘NBA’, ‘MLB’, ‘NFL’, 대학 스포츠 등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인기 스포츠 10,000개 이상의 경기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지속적으로 중계권을 확보해 ‘MLB’, ‘NHL’, ‘MLS’, ‘분데스리가’, ‘라리가’, ‘PGA 투어’, UFC’ 등 메이저 층을 가진 채널의 라인업을 갖추게 되었다.

‘디즈니+’ 번들의 ‘ESPN+’ 단독으로 이용할 경우 월 13000원이며, 디즈니+ 묶음 상품을 다 이용하려면 월 18000원을 결제해야 한다.  ‘ESPN+’에는 디즈니+ 영상뿐만 아니라 ‘BAMTech’이 이미 스트리밍하고 있었던 스포츠를 포함해서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스포츠가 포함되었고, 새로운 앱을 론칭하지 않고 기존에 있던 ‘WatchESPN’ 앱을 활용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OTT 업체 중 가장 적극적으로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해가고 있는 쿠팡플레이가 스포츠 중계권을 대거 확보한 해외 OTT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내 이용자들을 겨냥한 독자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스포츠 생중계를 주력 콘텐츠로 내세우고 있는 쿠팡플레이는 중계가 있는 날과 없는 날의 접속자 수에 큰 차이가 난다. 이는 스포츠 채널인 SPOTV 역시 마찬가지로 해당팀 또는 개인 선수에 대한 리플레이 혹은 분석을 하는 채널들 역시 시청률 면에서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스포츠 중계에 그치지 않고 자체 콘텐츠 제작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일례로 ESPN+의 경우 NBA 레전드 스타 마이클 조던을 다룬 다큐멘터리 <마지막 춤(The Last Dance)>를 선보이자마자 시청률 대박을 터뜨렸다. ESPN에 따르면 1부는 630만 명, 2부는 580만 명이 시청했으며 이는 ESPN 다큐 역대 최다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ESPN+가 디즈니+를 통해 국내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온 만큼, 이에 대항하기 위해 쿠팡플레이 역시 ESPN+의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스포츠 다큐멘터리 등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해야 할 것이라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MBC 스페셜 <당신은 박지성을 아는가>

과거 MBC는 2009년 MBC 스페셜을 통해 ‘당신은 박지성을 아는가’라는 제목으로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주전 선수로 활약 중이던 박지성 선수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해당 회차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 중이던 연예인 이영애, 비, 김명민을 다룬 이전 회차들인 ‘나는 이영애다‘(9.7%), ’비가 오다‘(8.6%), ’김명민은 거기 없었다‘(10%)의 시청률을 훨씬 앞지르는 12.2%의 시청률로 MBC 스페셜 자체 최고 시청률을 달성하며 스포츠 스타의 스토리가 시청자의 관심을 크게 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사진=SPO TV

이러한 선례를 바탕으로 쿠팡플레이는 기존에 확보된 스포츠 중계 스트리밍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해외리그 또는 큰 경기의 생중계가 없는 날에는 자체 편집으로 K리그, 프리미어리그 등의 리플레이 영상을 방영하거나 국가대표 및 조별리그 팀과 선수 분석, 더 나아가 스포츠 관련 예능 프로그램 등 다양하게 콘텐츠를 확장하여 스포츠 팬들을 쿠팡플레이에 락인(LOCK-IN) 할 수 있는 전략을 펼침으로써 강력한 스포츠 중계 콘텐츠로 국내 시장을 노리고 있는 ESPN+과 같은 스포츠 전문 글로벌 OTT 업체에 대항할 수 있을 것이다.

ESPN+는 디즈니+ 콘텐츠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영화팬과 스포츠 팬을 한 번에 잡겠다는 전략이지만, 월 8,000원에서 13,000원을 매달 결제해야 하는 부담감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용료의 쿠팡플레이가 유리한 부분이 있다. 또한 ESPN+가 쿠팡플레이보다 다양한 중계권을 확보하고 있지만, 한국어 중계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는 점도 쿠팡플레이가 ESPN+를 견제할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다양한 스포츠 중계를 통해 OTT 콘텐츠가 보다 풍부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드라마·영화 스트리밍이 주력인 OTT 플랫폼들의 콘텐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해당 콘텐츠들이 플랫폼별로 파편화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스포츠 중계 역시 플랫폼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관련 콘텐츠들의 과도한 파편화로 인해 이용자들의 불편을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OTT 중 스포츠 중계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쿠팡플레이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스포츠 전문 OTT에 대응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확보된 스포츠 중계에 그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양질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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