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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MZ세대의 OTT소비패턴 – 2. 콘텐츠 선택 방식

사진=방송 화면 캡처, 본사DB

20대 직장 여성 한 모씨는 오늘도 퇴근길에 OTT 콘텐츠 리뷰 글을 본다.

어제 재미있다고 추천 받은 영화 2편을 ‘배속 재생’으로 봤지만, 그다지 흥미가 없는 장르라 배속으로 빠르게 봤다. 흥미가 없으니까 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대인 관계에 있어 최소한의 유행 정도는 알아 둘 필요가 있으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리뷰 영상에 군데군데 재미있는 부분이 있어, 오늘은 평이 좋은 장면만 정상 속도로 봐서 대화에 끼일 수 있도록 하고, 나머지 부분은 오늘도 ‘배속 재생’으로 볼 생각이다. 빠르게 보면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2편을 감상할 시간은 넉넉한 것 같다.

추천 알고리즘의 한계

외국계 온라인 타깃팅 광고사의 한 데이터 과학자에 따르면 한국은 소비 패턴이 속칭 ‘대세’를 따르는데 굉장히 심하게 편향된 시장이다. 동질성(Homogeneity) 지수를 국가별로 따져봤을 때, 인종, 지역, 소득 수준, 교육 수준 등등이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미주 시장, 유럽 시장과 달리, 한국 시장은 상품 판매에 추천 알고리즘의 역할보다는 ‘대세’를 따르는 상품 추천이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금 대비 수익률)가 더 높게 나온다는 것이 업계의 속설이다.

OTT 업계 관계자들도 “짧은 영상이 수십 억 개 있는 유튜브에서는 한국이라고해도 추천 알고리즘이 유의미할지 모르나, 1개 콘텐츠 소비 시간이 최소 30분 이상인 OTT 시장에서는 추천 알고리즘의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다”고 말한다.

위의 직장인 여성 한 모씨의 사례가 일반적인 콘텐츠 선택 방식인 시장인만큼, 개인별 특성에 맞춘 추천 알고리즘의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 것.

사진=워싱턴 포스트, 본사DB

커뮤니티 리뷰 글, 댓글, 유튜버 추천

시청자들의 행동 패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추천 알고리즘 대신, 전통적인 ‘입소문’ 방식이 MZ세대들에게도 유의미한 홍보 패턴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OTT 마케터 A씨는 “이전 세대가 활자와 지면 중심으로 ‘입소문’을 소비했다면 MZ세대는 영상과 온라인으로 ‘입소문’을 소비하는 차이가 있을 뿐, 대세를 따르는 패턴은 큰 차이가 없다는 관점에서 마케팅 전략을 짠다”고 전했다.

약 10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한 영화 추천 유튜버는 “최근까지 광고 요청이 없어 유튜버를 포기하고 다시 구직을 할까 망설였으나, 구독자가 10만명을 넘어서자 리뷰 콘텐츠 생산 요청이 몰려들어 ‘유튜브가 돈이 된다’는 속설을 믿게 됐다”고 털어놨다. OTT 마케터는 총 5명의 유튜버에게 리뷰 요청을 냈고 내부적으로는 ROAS(Return on Advertisement Spending, 광고비 대비 수익률)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하는 장면이나 평이 좋은 장면만 정상 속도

본지 7월 20일자 기사 『[기자수첩] 손 안에서 부는 OTT 플랫폼의 역주행 바람』의 보도처럼 인기를 끈 콘텐츠의 주연 배우가 등장하는 다른 OTT 영상에 대한 수요도 따라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배속 재생으로 질답 조사 중 받은 MZ세대는 “신인, 흥미 없는 배우, 말이 느린 배우 등이 출연하는 장면은 배속으로 본다”, “미리 작품의 리뷰를 읽고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하는 장면이나 평이 좋은 장면 만을 정상 속도로 보고 그 이외는 배속으로 본다”고 밝혔다. 짧은 검색으로 해당 배우의 다른 콘텐츠에 쉽게 접근이 가능해진 만큼 콘텐츠 선택 방식도 변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직장인 여성 한 모씨도 “재미있는 콘텐츠를 찾게 되면 해당 배우의 필모 그래피에 나오는 다른 영상을 찾아 보게 되는데, 힘들게 찾으려고 고생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고 말했다. 즉, 재미있는 콘텐츠를 찾을 시간에 ‘믿고 보는 배우’를 찾으면서 해소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MZ세대의 콘텐츠 선택 방식

기존의 기대나 분석과는 달리 MZ세대 대부분이 이전 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콘텐츠를 선택하고 추천 알고리즘을 비롯한 고도의 인공지능 (AI), 데이터 과학 (Data Science) 기술력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OTT 업계는 상당한 시간에 걸쳐 이러한 사실을 인지했다.

얼어붙은 글로벌 투자 시장과 가입자 감소를 겪으며 광고 요금제까지 내놓으려는 OTT 업계는 ‘MZ세대 콘텐츠 선택 방식’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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