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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죽어가고, 아이들은 망가지고” 韓 공교육의 침몰, 부모부터 바뀌어야

학부모에게 아동학대로 고소를 당한 뒤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대전 유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일 자택에서 다친 상태로 발견된 40대 교사 A씨는 병원으로 옮겨진 뒤 치료를 받았지만, 7일 끝내 숨졌다.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젊은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에도 불합리한 처우를 견디지 못하고 안타까운 죽음을 맞는 교사들의 소식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진상 규명 및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교육계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문제 부모에 대한 ‘양육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 행동 지도했는데 ‘아동학대’?

대전교사노조에 따르면, 올해로 24년 차 교사인 A씨는 지난 2019년 근무하던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 태도가 불량한 일부 학생들의 담임을 맡았다. 문제 학생들은 △수업 중 소리를 지르고 △급식실에서 드러눕고 △다른 학우를 괴롭히는 등 다수의 문제 행동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당시 학생들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학우를 괴롭히는 것을 멈추라고 요구하는 등 정당한 지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같은 해 11월 문제 학생 중 한 명이 친구의 얼굴을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A씨는 해당 학생을 교장실로 보내 정당한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이후 해당 학생의 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우리 아이에게 망신을 줬다”며 A씨에게 여러 차례 사과를 요구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하기까지 했다. 이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A씨는 결국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학교 측에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의 아동학대 혐의는 2020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학부모와 문제 학생들은 4년여간 지속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했고, 결국 A씨는 다른 초등학교로 근무지를 옮겨야 했다. 유족 증언에 따르면 A씨가 집 주변 마트나 커피숍에서 자신을 고소한 학부모를 마주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그때마다 숨을 쉬기 힘들어하고 안절부절못하며 힘들어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교사 모임 ‘교육을 지키려는 사람들’

분노한 교육계, ‘대책 마련하라’ 대규모 집회

지난 7월 서이초에서 젊은 교사가 교내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후, 교권 침해로 궁지에 몰린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교권 추락에 분노한 교사들은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업무 과중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을 극단적 선택의 원인으로 지목,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집회를 이어왔다.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이자 전국 교사들이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한 지난 4일에는 전국구에서 대규모 집회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현직 교사와 학부모, 학생 등이 일제히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목소리를 모아 ‘교권 회복’을 외쳤다. 주최 측은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도 7만여 명(경찰 추산 1만4,000여 명)이 모였으며, 전국에서 도합 12만 명이 추모집회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로 고소당하지 않도록 관련 법안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장래 교사가 될 대학생들도 목소리를 냈다. 4일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은 전국 각지 캠퍼스에서 오후 7시 동시다발적인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들 예비교사는 최근 잇따른 교사들의 죽음을 ‘남의 일’로 바라볼 수 없다며 교육부와 국회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비극 멈추려면 부모가 변해야 한다

한편 일각에서는 젊은 부모 세대의 양육 태도가 공교육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모의 지나친 ‘아전인수’가 비극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가정은 사회생활의 기본 단위이자, 사회성, 독립심, 책임감 등 인간의 가장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인격의 틀을 구축하는 곳이다. 하지만 일부 부모의 경우 이 같은 기본적 역할조차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전문가들은 일부 학부모가 ‘요즘 애들 다 그렇다’는 핑계 아래 훈육을 거부하며 관련 문제가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자녀의 뜻을 존중한다며 ‘탈권위적인 교육’을 표방, 부모의 역할과 의무를 유기하는 부모가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예절을 지키지 않거나, 심지어는 폭력을 휘둘러도 아이를 무조건적으로 감싸고 도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학부모 일부는 교사의 정당한 지도를 ‘학대’로 오인하기도 한다.

부모가 이 같은 부적절한 양육 태도를 보일 경우 자녀는 온전치 못한 인격체로 성장하게 된다. ‘어떤 행동을 하든 부모님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교육 현장에서 교사의 지도에 불응하거나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결국 아이의 인격을 만드는 것은 가정이다.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부모가 올바른 교육관을 갖추고,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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