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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 변경하며 새출발 알린 ‘메쉬코리아’, 성공적 PMI로 시너지 창출할 수 있을까

김형설 대표(왼쪽)와 채윤서 대표/사진=부릉

배달 대행 플랫폼 ‘부릉(VROONG)’ 운영사인 메쉬코리아가 사명을 변경하고 공동 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부릉은 메쉬코리아가 지난 10년간 지역 상점과 기업에 제공한 프리미엄 실시간 배송 서비스 브랜드로, 메쉬코리아는 인지도가 높은 부릉을 사명으로 정해 이륜차 배송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넓혀나간다는 계획이다.

공동대표 선임 및 본사 이전도 추친

hy(에치와이, 구 한국야쿠르트)와 인수합병(M&A)을 마무리한 메쉬코리아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사업 역량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그 일환으로 먼저 이륜차 중심의 라스트마일 배송 사업 확대를 위해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부릉으로 사명을 변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2일 밝혔다.

메쉬코리아는 성장과 더불어 전문적 경영 관리에도 힘을 실을 전망이다. 주총과 같은 날 개최된 이사회에서 채윤서 hy 투자관리 부문 이사를 공동대표로 선임한 메쉬코리아는 김형설 대표가 사업과 IT 개발 부문을 전담하고, 채 신임 공동대표가 재무·회계 관리 부문을 맡아 경영 시너지를 창출하는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메쉬코리아는 지난 1월 25일 긴급 이사회를 통해 창업자 유정범 의장을 해임하고 신임 대표이사로 메쉬코리아 공동창업자인 김형설 전 부사장을 선임한 바 있다. 또 hy로 회사 경영권을 매각하는 내용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안건 등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프레시 매니저가 고객에게 제품 전달하는 모습/사진=hy 

프레시 매니저와 부릉 라이더 기반으로 시너지 창출 본격화

hy는 지난 1월과 2월에 걸쳐 자금난에 빠진 메쉬코리아에 긴급자금(DIP, 법정관리 기업에 대한 대출) 600억원을 수혈한 데 이어 추가로 유상증자에 참여해 200억원을 투입하면서 지분 66.7%를 확보했고, 지난 4월 기업결합 승인을 받으며 최대주주 자리에 등극했다.

이에 앞서 hy는 기존의 식품기업에서 유통기업으로의 전환하기 위해 2021년 사명을 변경하고, 지난해에는 600여 개 물류 거점과 냉장 카트 등 콜드체인 배송 인프라를 타사에 제공하는 ‘프레딧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그러나 기존 서비스는 이른바 ‘야쿠르트 아줌마’로 통하는 프레시 매니저를 기반으로 한 구독 서비스인 만큼 hy가 추구하는 실시간 배송 서비스 모델과 방향이 달랐고, 스마트 물류 서비스 구축에 난항을 겪던 hy는 배송 역량 강화를 위해 메쉬코리아를 인수한 것이다.

한편 메쉬코리아는 위기 극복 이후 본격적인 시장 선도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적자의 주원인으로 꼽혔던 새벽배송과 풀필먼트 사업에서 손을 뗐고, 본사 비용 효율화를 통한 체질 개선도 단행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적자폭을 전년 동기 대비 81% 감소한 27억 수준으로 줄였으며, 이르면 오는 8월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hy와 메쉬코리아는 양사의 결집을 위해 지속적으로 신사업에 관련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메쉬코리아는 오는 9월 말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hy 사옥으로 본사를 이전한다. 이번 본사 통합이 이뤄지면 양사 간 소통이 보다 원활해지는 만큼 본격적인 시너지 창출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는 프레시 매니저와 부릉 라이더 등 총 2만 명 이상의 배송 인력을 기반으로 라스트마일 물류 사업도 탄력을 받으며 실적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말 실시간 배송 서비스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 연동 기술에 대한 협업 관계를 구축하는 등 배송 업계 점유율을 견인할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부릉

M&A 성공해도 PMI 성공은 낙관 못 해

이렇듯 hy와 메쉬코리아는 M&A를 통해 업계 재도약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인수후통합(PMI·Post-Merger Integration)이라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을 완수해야만 최종 퍼즐이 맞춰진다. PMI는 조직 구조 및 운영 체계 등 양사의 문화와 업무방식을 하나의 조직으로 변모시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다만 이 과정에는 적지 않은 리스크가 존재한다. M&A에는 회사의 사활이 걸릴 수 있는 재원과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만큼 PMI에 실패하게 될 경우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업계에서 “M&A의 성패는 PMI에 달려있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M&A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로 PMI를 꼽는다.

연구에 의하면 M&A 실패 원인의 35%는 프리딜(실사 단계)에 있으며, 나머지 65%는 PMI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단기간 성장과 매출 증대를 목표로 한 M&A가 이질적인 기업 문화와 사업의 상이성으로 인해 되레 관리 비용의 상승과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PMI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객과 핵심 인재의 이탈도 문제다. M&A로 인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경쟁사에서 최고급 인재를 빼낼 여지가 생김에 따라 많은 인재가 유출되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고객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고객 이탈률도 높아진다.

조직 문화를 통합하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수직적 조직 문화의 중견기업과 혁신적 기업가 정신을 가진 스타트업 간의 문화 충돌은 결국 합병 시너지를 갉아먹는 결과를 낳는다.

전문가들은 PMI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수자의 ‘이미지’와 ‘진정성’이라고 입을 모은다. PMI의 핵심 대상인 피인수 기업의 구성원들은 단순히 재무가 탄탄한 기업, 업계 지위가 공고한 기업을 원하는 게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해 줄 것이란 믿음을 원한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업계의 특성이나 피인수 회사의 문화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화된 접근 방식은 위험하다. 결국 성공적인 PMI를 위해서는 ‘제3의 조직 문화’ 구축을 통해 ‘우리’라는 공동의식을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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