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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 3사 ‘아이픽(!PICK)’ 론칭…OTT 영향력 확대에 ‘따로 또 같이’ 대응

사진=IPTV방송협회

국내 IPTV의 성장 속도가 더뎌진 모습이다. OTT의 영향력 확대가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IPTV 3사가 공동대응에 나섰다.

IPTV 성장세 ‘주춤’…VOD 판매도 축소

28일 과학기술정통부(과기정통부)는 ‘유료방송 가입자 수 및 시장점유율’ 발표에서 올해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가 3,6005,81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하반기와 비교해 37만 명 증가한 수준이지만, 증가 폭은 다소 둔화한 결과다. 지난해 같은 기간 2020년 하반기 대비 증가 폭은 52만 명이었다.

2017년 처음으로 케이블 TV를 앞선 IPTV는 꾸준히 가입자 증가를 기록하고 있지만, OTT와의 경쟁에선 다소 밀리는 모양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SIDI)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OTT 가입자 수는 약 1,134만 명으로, 2016년부터 연평균 약 25%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IPTV 가입자 증가율은 지난해 8.2%에 이어 올해 6.3%로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IPTV의 가장 큰 매출을 차지하는 유료 VOD 수신료 역시 2018년 이후 지속해서 감소함에 따라 ARPU(가입자당평균매출)도 줄어들며 업계의 불안을 가중하고 있다.

IPTV 3사, 공동 콘텐츠 브랜드 ‘아이픽(!PICK)’ 론칭

코드 커팅(Cord-Cutting, OTT의 활성화로 인한 IPTV 고객 이탈)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자, IPTV 업계는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28일 KT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IPTV 3사는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제4회 지속 가능한 미디어 생태계 컨퍼런스(지미콘 2022)’를 개최, 공동 콘텐츠 브랜드 ‘아이픽(!PICK)’을 선보였다.

IPTV 3사는 자신들이 1년에 콘텐츠 수급에 사용하는 2조원 중 3,000억원을 선제적으로 투자해 다양한 아이픽 콘텐츠를 찾을 계획이다. 이를 통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또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 아이픽이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특히 글로벌 대형 OTT와의 차별화로 유통권 확보 범위 조율, 지적재산권(IP) 부가수익 등 추가 수익구조를 제시하며 국내 미디어 생태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제작자의 권리는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설명이다.

IPTV 업계는 “제작자들은 아이픽을 통해 다양한 유통 라인 중 원하는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게 되며, IPTV 사업자들에게는 3,000만 고객에게 우수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3사는 공동 사업 책임과 함께 홍보 및 마케팅은 물론, 추후 국내 OTT 활용 방안을 함께 논의할 방침이다.

3사 개인전에서는 ‘OTT와의 공생’ 전면에 내세워

이들 3사는 연합전선 구축에 앞서 ‘OTT와의 공생’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LG유플러스는 최근 자사의 IPTV ‘U+ tv’에서 OTT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개편했다. 실시간 방송을 시청하며 OTT 콘텐츠를 검색할 수 있고, 내년 1월부터 넷플릭스, 디즈니+, 유튜브와 자사의 셋톱박스 데이터를 연동한 ‘OTT·VOD 통합 랭킹’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설명이다. LG유플러스는 “이제는 OTT가 경쟁자가 아닌, 함께 성장해야 할 친구이자 파트너”라고 강조하며 “어떤 OTT와도 손잡을 준비가 돼 있다. 고객이 OTT를 가장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목표를 밝혔다.

KT는 지난달 자사의 IPTV ‘올레 tv’를 ‘지니 TV’로 새롭게 개편했다. 지니 TV 내 ‘OTT 서비스 전용관’을 통해 넷플릭스, 유튜브 등을 시청할 수 있다. 커넥티드 TV(인터넷 접속 기능이 있는 TV)를 사용하지 않는 고객에게도 자사의 셋톱을 통해 다양한 OTT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설명이다.

SK브로드밴드는 올인원 OTT 박스 ‘플레이제트(PlayZ)’를 통해 OTT 이용자들의 편의를 모색 중이다. 해당 디바이스를 통해 애플TV+, 유튜브,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등 국내외 다수의 OTT별 추천작 등 정보를 통합 제공하고 있어 고객의 번거로움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용자들은 이들 IPTV가 주장하는 ‘공생’에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다. IPTV가 제공하는 OTT 서비스는 단순한 ‘연결’ 기능에 불과하다는 점과 시청을 위해서는 결국 해당 콘텐츠를 보유한 OTT를 구독하고 있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일부 개별구매가 가능한 콘텐츠도 있지만, 이 역시 해당 콘텐츠의 OTT 플랫폼에 가입한 상태여야 한다. 소비자는 IPTV와 OTT 양쪽에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에서 결국 이중 지출을 유도하고 있는 셈이다.

갈수록 희미해지는 IPTV 이용 필요성

소비자가 스마트 TV를 사용하고 있는 경우라면 더더욱 IPTV의 필요성은 옅어진다. 현재 삼성전자와 LG를 비롯한 국내외 TV 제조사들이 판매하는 TV에는 대부분 인터넷 연결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각 스마트 TV에서는 실시간 뉴스와 홈쇼핑, 인기 프로그램 상영 등이 24시간 이어진다. 기존에 OTT를 구독 중인 이용자라면, 스마트 TV에서 실시간 방송을 시청하다가 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 바로 구독 중인 OTT 플랫폼에 접속해 원하는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

특히 국내 OTT들은 실시간 방송을 통해 일반 TV 채널에서 방영하지 않는 각종 시상식이나 공연 실황을 생중계하며 IPTV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웨이브는 ‘Quick VOD’를 통해 일부 프로그램을 실시간 TV 채널과 동일한 시간에 시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티빙은 인기 가수 임영웅의 콘서트를 비롯해 그래미 어워드 등 공연 실황을 실시간 서비스했고, 쿠팡플레이는 올 시즌 NHL(National Hockey League, 북미하키리그)을 비롯한 스포츠 생중계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IPTV의 성장세 둔화는 스마트 TV의 보급과 OTT의 활성화로 예견된 일이었다.

OTT는 “Over The Top”을 외치며 셋톱박스로 상징되는 IPTV를 능가하기 위해 달려왔다. 이들 국내외 OTT 기업들은 기존 IPTV에서는 누릴 수 없었던 시간과 장소, 디바이스에 구애받지 않는 시청 경험을 제공하며 차근차근 영향력을 키웠다. 이미 성장 속도가 더뎌진 IPTV가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OTT와의 연결 같은 무임승차 또는 이미 과열된 콘텐츠 확보 전쟁에 뛰어들기보다는 OTT와의 차별화를 제시하는 것이 더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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