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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세제 혜택 종료 임박하자… 삼성전자 ‘260조원 투자계획서’ 제출했다

사진=뉴시스

삼성전자가 텍사스주정부에 20년에 걸쳐 2000억달러(약 262조4000억원)를 미국 반도체 공장 건설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했다.

텍사스주 감사관실은 최근 삼성전자가 제시한 투자 계획 및 세제 혜택 신청서를 공개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이 미흡할 경우 삼성전자가 준비해둔 투자금이 미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대규모 투자 계획서… ‘확정되진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텍사스주 오스틴지역 매체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신청서에 오스틴에 두 곳, 테일러에 아홉 곳의 반도체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담았다. 현재 삼성전자는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 두 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테일러에도 170억달러(약 22조3200억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 중이다.

신청서에서 삼성전자는 테일러 신공장 아홉 곳에 총 1676억달러(약 220조4000억원), 오스틴 신공장 두 곳에 245억달러(약 32조2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총합 1921억달러(약 252조6000억원)의 투자를 통해 총 1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부는 2034년에 완공되며, 나머지는 이후 10년에 걸쳐 생산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신설 계획을 반기는 기색이다. 그는 최근 상무부 홈페이지에 게재한 성명에서 “삼성전자의 투자는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산업을 변혁하고, 수천 개의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하며 우리에게 21세기 세계의 혁신을 선도할 능력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이런 계획이 세제 혜택을 놓치지 않기 위한 전략이며, 확정된 계획으로 보긴 힘들다고 분석한다. 텍사스주의 세금 프로그램인 챕터313은 지역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기업에게 10년간 재산세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해당 조항은 올해 말로 만료를 앞두고 있다.

텍사스주 감사관실은 세제 혜택 만료를 앞두고 삼성전자 외에도 네덜란드 NXP,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다른 반도체기업도 챕터313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공지했다.

○ 中 눈치 보는 기업들

삼성전자와 글로벌 반도체기업들은 미국 투자 계획서 제출이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이 한국과 미국, 일본, 대만 등 4개국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동맹 ‘칩4’ 결성을 추진 중인 상황에, 중국 정부는 계속해서 이에 대한 견제 발언을 하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인위적인 산업 이전에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시도하며 국제무역 규칙을 무너뜨리고, 글로벌 시장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발언했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 정부는 540억달러(약 70조8700억원) 대규모의 반도체 지원법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보다 미국 쪽에 더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경우, 국내 반도체 투자금이 미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논리다.

최근 정부는 반도체 설비 투자 세액공제율을 인상하고, 반도체 공장의 용적률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회 통과까지는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반도체 공장 설비투자에 따른 세액공제율을 20% 이상으로 유지 중”이라며 “지속해서 반도체 투자 혜택을 늘리지 않을 경우, 국내 투자 규모가 기대보다 적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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