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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류가 세계를 석권할 수 있었던 이유

BTS/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동아시아에서 ‘한류’ 현상이 일어난 것은 2000년 전후의 이야기다. 한국대중문화의 대명사로서 여러 언론에서 거론되면서 그야말로 ‘열풍’을 일으켰다. 일본에서는 NHK 위성방송으로 ‘겨울연가’가 방송된 2003년을 제1차 한류라고 부른다. 당시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에서도 이러한 열풍 현상 현상에 관한 실태 메카니즘 및 원인을 찾으려는 사회학적 연구가 다수 진행됐다. 그로부터 약 20년이 흐른 지금, 한류의 행보는 콘텐츠 산업의 확대와 문화교류의 징검다리 역할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한류가 그저 일시적인 열풍에서 멈추지 않고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 우리나라의 중요한 수출자원인 콘텐츠는 기획 및 제작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의식하는 것으로 플랫폼의 변화에 호응, 글로벌 시장에 있어 그 지위를 확립해 왔다. 최초 한류의 최전선에 자리 잡은 요소는 드라마, 영화, 음악, 게임 등과 같은 한국산 콘텐츠였다. 이러한 콘텐츠는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그 정의가 넓어져 최근 들어서는 경제적 가치와 효과에 따른 ‘상품’으로 취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콘텐츠란 문화, 예술, 학술적 내용으로 창작되는 제작물을 비롯해 창작물을 이용해 재생산된 모든 가공물까지 포괄한 문화상품을 일컫는다.

한국 콘텐츠 수출액 119억 달러로 수입액의 10배 상회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하고 있는 콘텐츠 산업 통계조사에 의하면 2020년 매출액은 128조7,000억원으로 2019년 126조7,000억원을 1.2% 상회한다. 2020년의 경우 코로나19에 의한 거리두기로 인해 주로 음악, 영화, 애니메이션과 같은 장르가 대폭 감소한 반면 만화, 게임, 방송은 상승세를 이어가며 연 평균 3.9% 증가율을 보여주고 있다.

콘텐츠 수출액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2020년 기준 한국 콘텐츠 수출액은 119억2,000만 달러로 수입액 9억2,000만 달러와 10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특히 수출액의 과반을 점하고 있는 장르는 게임이며 다음으로 캐릭터, 방송, 지식정보, 음악 순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대한민국 콘텐츠는 중요한 수출 자원임은 물론 관광, 식문화, 어학 등과 같은 관련 산업으로의 확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 콘텐츠를 계기로 대한민국의 전반적인 문화를 알리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오징어게임/사진=넷플릭스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몸살을 앓고 있던 와중, 폭발적인 이용률 증가에 수혜를 입은 산업으로 OTT 산업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당시 OTT 산업의 파급력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우리나라 역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게임’을 통해 전 세계인에게 한국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한국 드라마의 경우 과거에는 수요가 있는 지역이나 나라를 중심으로 해외 전개를 진행해 국내 방송 종료 후 3개월이 지나서야 해당 국가에서 시청이 가능했으나, 지금은 글로벌 동영상 송신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에 동시에 신작을 즐길 수 있다.

K-POP, K-드라마에 이어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한류 콘텐츠가 또 있다. 바로 웹툰이다. 한국의 만화 형태별 이용조사에 의하면, 웹툰만 이용하는 비율은 67.4%, 종이로 된 만화와 양쪽 이용한다고 대답한 비율은 28.6%, 종이로 된 만화만 이용하는 비율은 4%였다. 많은 웹툰 유저는 그림보다 스토리에 흥미를 가지며 인기작품은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으로 재생산된다. 최근 주목을 모았던 드라마 ‘이태원클라스’나 ‘지옥’, ‘여신강림’을 비롯해 영화 ‘신과 함께’도 웹툰이 원작인 대표 작품이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신의탑’, ‘노블레스’, ‘갓오브하이스쿨’도 세계에서 인기를 모은 한국의 웹툰이 원작이다.

정부의 콘텐츠산업 육성 정책

한국 콘텐츠의 발전 배경에는 과거 20년에 걸쳐 정권이 바뀌면서도 ‘지원은 하지만, 간섭은 하지 않는다’라는 일관된 문화정책에 따른 지원이 자리 잡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정부 예산에 점하는 문화지출액은 한국이 1.24%로 가장 많았다. 국민 한 명당 지출액도 프랑스에 이어 2위로 집계됐다. 2010년을 100%로 정하고 정부 예산 비율의 추이를 보면 2020년 기준 한국은 1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콘텐츠 산업 육성’과 ‘예술 진흥과 생활화, 산업화’라는 항목의 예산액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어떻게 한국은 문화 지출을 늘리는 것이 가능했던 걸까. 그 근간에는 20년에 걸쳐 영역을 확장해 온 ‘한류’가 있다. 무형문화를 상품으로 산업화하는 것을 전면적으로 내건 때는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제15대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이다. 1998년 2월 김 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문화는 문화산업을 일으켜 방대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21세기의 중요한 기간산업”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미래의 기간산업으로서의 문화는 다른 산업과 같이 수익구조를 만들어 내기 위해 글로벌화를 진행시켜, 높은 문화적가치를 계승발전할 것을 강조했다.

특히 국가 역할으로서는 “지원은 하지만,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하게 견지했다. 문화정책에 관해 통제의 정책에서 진흥의 정책으로 전환을 강조한 한편, 창작활동에 대한 규칙의 철폐와 완화를 시작한 것이다. 문화산업진흥기본법 개정(2001년),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산업 진흥법 제정(2003년) 등 경제 원칙에 의거하는 문화산업 정책의 진흥을 축으로 한 예산의 양적 투입은 놀라운 성장을 이끄는 데 기여했다.

제16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과 지역발전을 문화정책의 중심으로 한 세계 5대 문화산업강국을 노리며 인재육성, 문화기술, 콘텐츠 창작기반강화를 위한 제작지원센터 설립에 주력했다. 그 일환으로 아시아 문화산업 네트워크의 구축과 해외 마케팅의 강화 등을 추진하기도 했다.

한순간 외면 받은 홍콩영화, 반면교사 삼아야

문재인 정부는 K-컬쳐 초격차 산업화를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한 바 있으며, 윤석열 대통령 또한 새로운 문화 정책을 펼칠 것을 예고했다. 이처럼 한국의 문화정책은 대통령이 바뀌어도 중요한 국가정책으로 인식되어 왔다.

잘 만든 영화나 드라마 한 편이 스마트폰 수백만 대를 수출하는 것보다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인 만큼 K-콘텐츠 글로벌 확산 거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던 홍콩영화나 일본 애니메이션이 순식간에 외면받은 사실도 직시해야 한다. 한류 열풍 역시 한순간에 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기에 긴장의 끈을 늦춰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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