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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재조사되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행정부의 몰아가기 수사는 반복될 수 있다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수부 서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 모 씨의 아내가 17일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0년 대한민국을 큰 혼란에 빠트린 사건이 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다. 당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던 이 씨는 2020년 9월 21일 서해 연평도 북방한계선(NLL)의 북측 해상에서 북한군에게 사살당했다. 국방부와 해양경찰청은 이를 두고 이 씨의 월북 시도로 인한 사고라고 단정 지은 바 있다.

이 사건은 해경과 국방부가 주도로 수사한 사건으로, 수사 결과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사건은 종결됐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관련 정보를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해 최대 15년간 열람을 불가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행보는 행정부가 단합하여 한 뜻을 낸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정권이 교체된 후 해경과 국방부가 입장을 정반대로 바꾼 것이 이러한 의혹에 불을 지핀다.

 

▶ 서해 공무원 피습 사건, 이 씨는 정말 월북 시도를 했나

피습 사건 나흘 후 국방부가 발표한 사건의 전말은 이 씨의 ‘월북 시도’로 인한 사고였다. 당시 국방부는 이같은 판단 근거로 △실종자의 구명조끼 착용, △어업지도선에서 사라졌을 때 신발을 벗고 있었음, △소형 부유물 이용, △북측 인원이 이 씨에게 월북 의사를 확인함 등 네 가지 근거를 들었다. 해양경찰 역시 북측에서 실종자의 구체적인 인적 사항을 알고 있었다는 점과 이 씨의 도박 빚과 꽃게 대금 횡령 사실을 공개하며 도피 목적의 월북이었음을 재차 발표했다.

이에 유족 측은 국가안보실과 해경을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하여 1심에서 승소했으나, 문 정권은 항소를 진행함과 동시에 관련 자료를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했다. 대통령 기록물은 최장 15년 동안 비공개 처리가 되기 때문에 사건은 더욱 미궁으로 빠지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사건을 두고 후보시절인 지난 1월부터 정보공개를 약속해왔다. 당시 윤 대통령은 문 정부가 숨기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며 “(숨기고 싶은 것이) 정부의 무능함인가 북한의 잔혹함인가”라고 말했다. 이후 지난 16일 윤 대통령은 약속대로 정보공개와 함께 유족과의 행정소송에서 항소를 취하했다. 국가안보실은 “항소를 취하하더라도 관련 내용이 이미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이관돼 이전 정부 국가안보실에서 관리하던 해당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하며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것에 유감을 표했다.

해경 역시 1년 9개월 전과는 전혀 다른 입장을 발표했다. 이 씨의 월북 의도를 인정할만한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사건 초기 국방부가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판단했지만, 정황 증거뿐 구체적인 물증이 부족하다며 말을 바꿨다. 국방부 역시 보안상 모든 것을 공개하지는 못하지만, 사건에 혼란을 준 것에 유감을 표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에 따라 17일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하여 최초의 보고 과정과 절차, 업무 처리의 적정성과 적법성 등을 정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특별조사국 소속의 감사 인력을 투입해 해경과 국방부 등 당시 수사와 관련된 기관을 대상으로 즉시 자료 수집을 실시하고, 수집 내용을 정리한 후 감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유족 측은 당시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월북 프레임을 만들려고 조작된 수사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수부의 한 직원이 ‘월북을 하려면 방수복을 입어야 하는데, 이 씨의 방에서 방수복을 확인했다’는 증언과 ‘(방수복 없이)물에 빠지면 저체온증으로 3시간 만에 사망한다’고 설명한 부분이 해경의 발표에서 누락됐다는 것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20년 사건 직후부터 월북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공무원 피습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자 하 의원은 “해경 측에서 공무원 피격 사건이 ‘수사 전부터 결론이 나 있었다’고 (본인에게) 양심선언을 했다”며 “도박 빚을 두 배 이상 과장했다고 국가인권위원회가 말해 주고 있다. 이 씨는 공무원이기에 대출로 충분히 변제가 가능한 수준의 빚이었다”고 재차 이 씨의 월북 의사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 행정부 주도의 월북 몰아가기, 반복될 여지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진실 규명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점은 ‘모든 수사가 ‘행정부’ 안에서 벌어졌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해당 사건은 해경과 국방부 주도 아래 수사가 벌어졌는데, 이들 모두 정권이 바뀐 후 “근거가 없다”며 입장을 바꿨다. 당시 해경과 국방부는 이 씨의 월북 의도를 증명하기 위해 신변을 지나치게 공개하여 인권위원회의 경고를 받았을 정도로 이 씨의 월북에 일종의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이 두 기관의 수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관련 정보를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함으로써 사건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 이 씨의 월북이라는 수사 발표에도 의혹이 끊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월북으로 단정 지었던 배경에는 문 전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에 사활을 걸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결국 이 사건은 행정부 내에서 공평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각 기관이 한 편을 이뤄 끼워맞추기식 수사를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떠오른다. 이는 행정부 안에서, 특히 이번 사건처럼 국가 안보와 관련된 일에 대해서 그들끼리 편을 먹고 사건을 은폐하는 일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사건은 담당 부처가 오롯이 행정부였다는 점에서 안보와 관련된 이슈에도 견제할 기관이 없었다는 점은 문제가 된다. 사법부가 행정부의 견제 기관으로서 작동할 수 있지만, 이번처럼 대통령의 권한을 써서 진실 규명을 막을 수도 있고 만약 누군가가 소송을 진행하지 않을 경우 개입할 수 없는 만큼 수동적인 면이 존재한다. 독립 기관으로서 각 부처의 감찰을 담당하는 감사원도 정권이 지나고 나서야 제대로 된 감사에 나섰다. 이는 감사원이 직무 감찰이라는 직무와 그에 관한 권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어찌 됐든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 중 산하로 자리 잡고 있어 정부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는 행정부 중 누군가의 의도대로 무언가 의뭉스러운 일이 벌어질 여지는 앞으로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결국 국민은 어떠한 사건이 어떻게 조작되고 은폐될지, 정부의 발표가 사실인지 아닌지조차 모르게 될 수 있다. 비슷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공평한 수사와 이에 대한 견제가 이루어질 수 있게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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