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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재인 정권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외강내유… 내실 없는 정책

출처 = 중앙일보

2020년 시점에서 10년 이상 장기 공공임대주택의 재고는 약 170만호, 재고율은 8% 수준을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4년여 만에 10년 이상 장기 공공임대주택이 약 35만호 늘어난 것이다. 공공임대주택 재고율이란 국내 총 주택수에서 공공임대주택이 차지하는 비율로, 국가의 주거안전망 지원 수준을 가늠하기 위한 대표적인 정책적 지표이다.

연도별로 2018년에는 148만호, 2019년에는 158만호, 2020년에는 170만호다. 연평균 14만호가 공급된 셈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인 2013년부터 5년간 연평균 11만 2000호가 공급된 것과 비교할 때 급격히 늘었다고 할 수 있다. 2017년 정권 출범 초기인 2017년 135만호에서 지난해까지 35만호가 증가한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이 확대되면서 OECD 국가별 공공임대주택 재고율 순위가 한단계 상승했다. 2021년 7월 OECD가 공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공공임대주택 재고율 순위에서 9위를 차지했다. 한편 2019년에는 10위였다.

국토교통부는 2022년에 영구임대, 국민임대, 행복주택 등 복잡한 유형을 하나로 통합한 통합공공임대주택을 전면 도입했다. 입주 대상이 2021년 기준 중위소득 130%에서 150%(맞벌이 180%)까지 확대되고,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를 입주자의 소득에 따라 달리 부과했다. 한편 공공임대주택은 저소득층만을 대상으로 했었지만,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이후로 중산층까지 그 대상을 확대시킨바 있다. 그리고 이 통합공공임대주택에서는 3~4인 가구가 선호하는 중형주택(전용 60~85m2)을 도입하고, 바닥재 등 주요 마감재 품질을 분양주택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었다.

통합공공임대주택은 나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의 반발로 인해서 만들어진 산물이라 해야할 것이다. 늦었기는 하지만, 지금이라도 실천에 옮기는 것은 평가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전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너무나도 서민 감각을 잃은 내실 없는 정책이라 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공공임대주택은 국민들에게 외면받았다. 예를 들면,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0년 12월에 방문한 경기도 동탄신도시 내 임대주택에는 2021년 내내 공실 상태가 계속 이어졌었다. 2021년 9월 시점에 화성동탄 A4-1 블록은 총 1640가구 중 49가구가 비어있었다. 주택 공급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 다른 부동산 시장과 비교했을 때 참으로도 아이러니하다. 이 중 14가구가 2020년에 문 전 대통령이 방문한 곳과 동일한 전용면적 44m2이다. 신혼부부 기준 보증금 7200만원, 월세 27만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금액에 거주할 수 있다. 자녀 수에 따라 최대 10년까지도 거주할 수도 있다.

임대주택 공실 문제는 이곳뿐만이 아니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20년도 국토교통위원회 결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LH가 공급한 공공임대주택 7만 2349가구 중 16.6%인 1만 2029가구가 2021년 5월 말 기준으로 공실 상태였다. 이 중 7.8%에 달하는 5657가구는 6개월 이상 임차인을 찾지 못했다. 특히 청년층과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임대인 행복주택의 공실률은 소형평형일수록 높게 나타났다. 전용 50m2 이상은 공실률이 0%지만 10~20m2는 12.5%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 왜 공실 상태가 이어지는지 자명할 것이다. 그 원인은 서민 감각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평수에 있다. 서민들은 집다운 집을 원하는 것이지, 그저 말 그대로 본능적으로 주거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가격은 일반 부동산 시장에서 나오는 똑같은 조건의 매물보다는 저렴할 것이다. 하지만, 집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고려해야할 것은 금액만이 아니다. 입지 조건 또한 주거하는 입장에서 보면,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그렇게 종합적으로 고려해봤을 때, 공공임대주택은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저렴하니 아무 말 말고 들어가라고 한다면 주택 공급을 부동산 시장에 맡기는 자본주의 원칙에 입각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애초부터 그런 말 자체가 본말전도라는 것이다. 이런식으로 주택 공급을 할 것이었으면 애초부터 그럴싸한 정책은 필요 없다. 그저 시장원리에 맡겨, 부유한 사람은 좋은 집에, 빈곤한 사람은 작고 허름한 집에 살면 된다.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공임대주택이 아니었던가.

신혼희망타운 자체 상품성도 떨어진다. 우선 전매제한 기간이 최대 10년, 의무거주기간은 최대 5년으로 매매에 제약이 걸려있다. 또 입주 후 가격이 올라도 집을 팔 경우 차익의 절반을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는 점도 단점이다. 입주자 매도 시세차익의 최대 50%를 정부가 주택도시기금으로 환수한다. 즉, 들어간 순간 저당을 잡힌 채 살아야 하는 것이다. 미래에 어떤 상황에 놓여질지 아무도 모른다. 다른 좋은 조건의 집에 이사가고 싶을 때, 이러한 제약들이 족쇄가 되어 돌아온다.

현재 공급 중인 행복주택이나 신혼희망타운은 대부분이 2인 가족이 살기 적합한 면적으로, 자녀만 있어도 주거가 불편하고 장기거주를 강제하는 것 치고는 장기거주가 부적합한 단기거주용이다. 특히, 행복주택, 신혼희망타운 주택 매도시 발생하는 차익을 정부가 절반이나 가져가니 투자가치 측면에서도 매력도가 떨어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주택 면적도 최소한 18평 이상으로 늘려야 하고, 공공환수비용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짰어야 했다.

물론 정부에서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인 만큼 악용되는 사례를 피하기 위해, 전매제한 기간과 의무거주기간은 필요하다 생각한다. 하지만 최대 10년과 최대 5년은 악용 방지라기보다는 주박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그리고 작은 방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애초에 작은 방 신청하지 않고 큰 방을 노리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는데, 이 공공임대주택은 입주희망자가 직접 원하는 호실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추첨으로 호실을 정한 뒤 계약할 것인지 여부를 물어보는 방식이다. 즉, 작은 방에 살고 싶지 않으면 큰 방으로 갈 기회도 포기해야 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공공임대주택 재고 측면에서는 OECD 국가들 중 9위를 기록하는 등 눈부신 성과를 얻었지만, 그 실상은 서민들이 만족할 수 없는 집을 제공하고 그저 수치 올리기에 집중하는 것에 불과했다. 말 그대로 외강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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