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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정원제’ 도입하겠단 교육부, 비수도권 대학은 ‘눈 밖에 난 자식’?

출처=교육부

앞으로 대학 내 계약학과 설치 없이도 기업 맞춤 교육이 가능한 ‘계약정원제’가 도입된다. 이번 제도 개선으로 계약학과가 기업 맞춤 인력 양성에 보다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활발하게 작동해 국가 성장동력이 될 인재가 신속히 양성될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계약정원제’ 도입으로 신속한 인재 양성 나선다

교육부는 23일 “올해 ‘산학협력법 시행령’ 개정을 시작으로 ‘계약학과 설치·운영 규정(교육부 고시)’까지 계약학과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AI 강세 등 산업환경 변화에 맞춰 첨단 분야 등 산업계 수요를 반영한 인재 양성을 촉진하기 위함이다.

첨단산업 분야 인력 양성을 위해 계약학과를 설치·운영하려는 대학과 산업체는 당장 내달부터 대폭 완화된 계약학과 설치·운영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다. 특히 첨단 분야 산업체의 채용 예정 인재를 양성하는 경우 별도의 계약학과 설치 없이도 기존 학과에 계약정원을 추가해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산업체의 운영 경비 부담비율도 기존 50% 이상에서 50% 미만도 가능해지고, 첨단 분야 산업체 소속 직원의 직무교육도 전국 어느 대학에서나 의뢰할 수 있게 된다. 계약학과 설치·폐지는 산업체와의 계약 체결일 또는 폐지 예정일 2주 전에 교육부에 신고하면 되며, 계약학과 운영 관련 항목은 매년 6월 1회 공시된다.

대학 정원 감축 유도했지만, “수도권 대학은 여전해”

그간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의 정원 감축을 유도해 왔다. 교육부는 당장 재작년에도 ‘2022~2024년 대학·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 기본계획’ 시안을 발표하며 선제적인 정원 감축 계획을 세운 일반대에 최대 60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겠다 밝힌 바 있다. 지원금을 미끼로 던져 대학의 정원 감축을 독려하겠단 취지다.

정부는 대학이 제출한 계획과 전국 5개 권역별 충원율 현황을 고려해 권역마다 유지 충원율(대학이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기준을 정했다. 이에 해당 기준에 미달하는 권역 내 하위 30~50% 대학들은 지난해 모두 정원을 감축했다. 정원을 감축하지 않을 경우 오는 2024년부터 재정적 지원을 일절 하지 않겠다 엄포를 놓은 상황이라 대학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정원 감축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오는 2025년까지 96개 대학이 입학정원 1만6,197명을 자발적으로 감축하겠다 나섰다. 다만 교육부가 지원금이라는 ‘당근’을 내어줬음에도 서울 등 수도권 주요 대학들은 고려대, 서울시립대, 국민대 등 8개 학교를 제외하곤 선제적인 정원 감축에 동참하지 않았다. 결국 감축분의 88%가 비수도권 대학에 집중되는 결과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서울 소재 대학의 경우 정원 자체를 줄이기보다 학부 정원을 대학원으로 돌린 경우가 더 많아 실질적인 정원 감축은 비수도권 지역 대학에서만 다발적으로 일어난 셈이 됐다.

‘기울어진 운동장’ 된 대학, 계약정원제 한계 뚜렷

교육계에선 2021학년도 대입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대학 미충원 사태를 해소하기에 이번 감축 규모는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당장 신입생 모집에 여유가 있는 주요 대학들이 고통 분담에 동참하지 않아 수도권 쏠림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는 쓴소리도 쏟아냈다. 근본적으로 국가 균형 발전 정책에 따라 형평성 있게 추진되어야 할 대학 구조조정이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변모한 순간이다.

여기서 계약정원제의 한계가 드러난다. 정부 차원에서 대학에 지속적으로 정원 감축을 압박하면서도 계약정원제를 도입하겠다는 건 결국 ‘취직이 되지 않는’, ‘돈이 되지 않는’ 문과 혹은 자연계 학과를 간접적으로 짓밟겠단 의미다. 실제 현재 인문계 전공 계열 취업자는 마이너스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상반기와 2021년 상반기 취업자 수 비교’에 따르면, 인문학·사회과학·언론정보학·경영학·행정학·법학 등 문과 계열은 대부분 마이너스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이과 IT 계열의 핵심 정보통신기술 계열의 취업자는 2년 새 무려 24%(9만800명)나 늘었다.

최근 대학 입학생은 대부분 이공계로 쏠리는 상황이다. 문과와 이공계 사이의 고용 격차가 지속적으로 벌어질 것이란 의미다. 정부 차원에서 대학 정원 감축 압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그나마 입학생은 모두 이공계로 쏠리고, 여기에 나머지 인원까지 계약정원제에 따라 첨단산업 분야로 뛰어들게 된다면 문과 계나 자연계는 사실상 사장될 것이다. 공공부문 취업을 늘리고 계약정원제를 시행하는 것과 같은 단순한 정책으론 더 이상 죽어가는 대학을 살릴 수 없다. 대학 교육에서 학생들이 전공을 넘나들며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등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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