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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산단 대기오염 전국 평균 상회, 주민들 두려움에 ‘몸서리’

사진=pexels

포항·울산 등 일부 산업단지에서 대기환경 오염도가 전국 평균보다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포항 영일만4일반산업단지가 환경영향평가에서 발암물질 발생량을 축소했단 사실이 드러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주변 주민들의 불안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일부 산단 주변 대기 중 중금속 농도 높아

16일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2018∼2022년 광양·시화·반월·여수·울산·온산·포항·대산·청주 등 9개 산업단지에서 실시한 ‘제3기 산단 주변 지역 환경오염도 및 주민 건강영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건강영향조사 결과는 △대기 등 산단 주변 환경오염도 조사 △체내 유해물질 농도 조사 △질환 조사 등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됐다.

우선 포항, 울산 등 일부 산단 주변의 대기 중 중금속 및 휘발유기화합물(VOCs)농도가 전국 평균보다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은 대기 중 납 농도가 0.032㎛/㎥, 울산은 벤젠 농도가 0.73ppb였다. 대기환경기준(납 0.5㎛/㎥·벤젠 1.5ppb)보다는 낮은 수치이나, 충분한 환경 개선이 필요한 수준이다.

9개 산단 2,099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체내 중금속(납, 카드뮴, 크롬, 수은 등) 농도조사에선 주민의 98%가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국제 권고치보다 낮은 체내 유해물질 농도를 보였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일부 높은 값을 보인 주민(2%, 45명)에 대해 노출량 및 노출경로 추가 조사, 농도 저감 컨설팅 및 건강 진단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29종의 만성질환(만성하기도질환 등) 조사에선 상당 부분의 질환이 대조 지역(산단지역 밖 5㎞ 내외 범위의 산단과 유사인구·사회환경을 지닌 지역)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산단지역에서 기타상기도질환 등은 다소 높은 발생률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국립환경과학원은 “질환 발생 원인은 생활 습관, 연령 등으로 다양하다”며 “발병 원인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2025년부터 배출허용기준 강화, 환경관리 더 ‘촘촘하게’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정부는 △산업단지 주변 환경관리 강화 △체내 유해물질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주민에 대한 추적 관찰 △이후 조사 사업 개선 추진 등을 계획했다. 우선 사업장 배출허용기준을 오는 2025년부터 강화할 계획이다. 드론 등 첨단감시장비를 활용해 사업장의 유해물질 배출에 대한 측정 및 관리를 강화하겠단 방침이다. 산단에 대한 화학사고 모니터링 강화, 사업장 시설 개선 사업 등도 함께 추진한다. 대기관리권역의 배출허용총량은 오는 2027년까지 50% 이상 축소해 할당한다. 이를 통해 산단 내 사업장에서 SCR, 저녹스버너 등 배출저감시설이 확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추적 관찰은 체내 중금속 농도가 국제 권고치를 초과한 이들에 대해 우선적으로 진행한다. 이외 국제 권고치가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않는 VOCs(벤젠) 대사체에 대해선 ‘국민환경보건기초조사’의 전국 농도 분포 중 통계적으로 상위 5%에 해당하는 값을 초과한 주민을 추적 관찰토록 한다. 산단 주변 주민 중 체내 중금속 및 VOCs 대사체 농도 분석을 새로이 희망하는 이들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이들 지원 대상에 대해 정부는 권역별 환경보건센터와 협력해 농도 저감·관리 컨설팅, 건강검진 등 질환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올해부터 추진할 4기 사업은 이번 3기 결과를 바탕으로 기존 산단의 오염물질 배출영향권을 재검토해 조사지역을 조정할 예정이다. 보다 정확한 결과를 도출해 냄으로써 산단 주변 대기오염 및 주민 건강 문제를 모니터링하기 위함이다. 또 국립환경과학원의 사업 총괄 기능을 이전 대비 강화함으로써 자료 관리의 세계성, 주민과의 소통 등을 제고할 방침이다.

발암물질 문제도 심각, 개선책 하루빨리 마련해야

다만 산단 인근 지역의 경우 중금속 문제 외에도 다양한 이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보다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지난 2월 포항 영일만4일반산업단지 주변 10만 인구가 살고 있는 포항시 북구 장량동, 환여동, 흥해읍 일대 및 인근 초·중·고, 한동대, 포항대 등 인근 지역에서 발암물질 위해도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영일만4일반산업단지는 변경을 위한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기 위해 발암물질 발생량을 의도적으로 축소했다. 포항시와 평가 업체는 “어떤 발암물질도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으나, 이후 재산정된 평가에는 벤젠과 염화비닐을 제외하고는 31개 지점의 80%가 넘는 25개 지점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영일만4산단의 경우 발암 위해도 기준치를 10만 명 중 1명이 암에 걸리는 확률로 계산했는데, 장량동 주거지의 경우 포름알데히드로 10만 명 중 6.37명이 암에 걸리게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전 평가에서 1억명 중 1.29명이 걸릴 것이라 예측한 것과 비교하면 5천 배가 넘게 차이가 나는 셈이다. 대기오염 및 발암물질 등 문제로 산단 주변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정부는 이에 대한 개선책을 하루빨리 시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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