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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국가 한국, 수출 경제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수출 업체 수가 크게 감소했다. TRASS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2,500개 이상의 기업이 수출을 중단했다. 수출이 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국가 간 무역 위축과 한국 상품에 대한 수요 감소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의 수출 의존형 성장 공식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수출 부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중소기업들이 수출을 포기하고 내수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1분기 수출은 무려 28.2%나 급감했고, 반도체뿐만 아니라 중간재 수출도 급감했다.

또한 한때 한국산 중간재에 의존하던 중국이 성장해 이제는 자국 내에서 중간재를 생산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은 이제 중국에서 중간재를 수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올해 1분기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2% 감소한 382억 달러로 중국의 주요 교역국 중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이어 1분기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대중국 수출 규모는 2위에서 5위로 내려앉았다. 이러한 감소는 반도체 수출의 지속적인 부진으로 인해 발생했다.

‘킹달러’에 무너지는 대한민국

한국 수출기업들은 현재 ‘킹달러’ 현상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미국 달러화 강세로 인해 한국 제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하던 국가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는 수출기업 수가 감소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00개 기업이 감소했으며, 특히 2분기에는 달러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수출기업 수도 크게 줄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이들 기업의 순이익은 기업당 평균 40억원 감소한 반면, 부채는 39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수요 감소로 한국 수출기업들이 더 이상 원화 절하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더 시급한 문제는 내년 상반기까지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올해 들어 벌써 10번째 금리를 인상하면서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가 우려되고, 이들 기업의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2~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치를 25bp 인상했다. 이번 25bp 인상은 기존 4.75%에서 5.00%로 변경된 것이며, 작년 3월 이후 10번째 금리 인상이다. 이러한 일련의 인상으로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1980년대 초반 이후 가장 빠른 인상 속도를 보이고 있다. 이번 금리 인상은 추가 긴축이 거의 예상되었던 만큼 시장의 예상에 부합했다.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5.0% 상승했으며, 근원 CPI는 5.6% 상승하여 여전히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를 훨씬 상회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한국과의 금리 격차는 1.75%포인트로 확대됐다. 연준은 “충분히 제한된 통화정책 스탠스를 달성하기 위해 추가적인 정책 긴축이 적절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문구를 삭제하며 추가 긴축을 중단하고 이번이 마지막 금리 인상이 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신 연준은 “통화정책의 누적 긴축, 통화정책이 경제 활동과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의 시차, 경제 및 금융 상황을 고려하여 추가 정책 긴축의 정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3월 연준 관계자들이 발표한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의 연방기금 금리 목표 범위의 상단은 5.00%에서 5.25%로, 현재 그 수준에 있다.

기술 발전과 외부 환경

수출 급감과 원화 강세 현상은 경기가 회복되면 해결될 문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한국 수출기업들이 기술력에서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대외 환경 악화와 규제 장벽이 수출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는 쏟아지는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생존전략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신호일 수 있다. 2021년 중소기업 수출액은 1,171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제품별, 지역별 고른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전체 수출에서 중소기업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미미하고, 중소기업 수출 증가율(16.2%)도 여전히 전체 수출 증가율(25.8%)에 못 미치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 수출의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 환율 변동성 확대 등 무역환경 악화로 수출 현장에서 중소기업이 겪는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악화되는 수출 환경 속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소기업이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장 우선시하는 전략은 뒤처진 가격경쟁력을 보완하기 위한 ‘원가절감’이다. 또한 유통 판로 강화, 해외시장 정보 수집 등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기존 시장 외에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으며, 단일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거래 파트너를 다변화하고 있다. 여기에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신흥 시장에 집중하는 것도 포함된다. 나아가 중소기업들은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인공지능, 자동화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한국 수출기업의 감소는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심각한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 수출 중소기업이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민간 부문, 중소기업 스스로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원가 절감, 기술 고도화, 시장 다변화, 역량 강화에 집중해야 한국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 감소 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국이 경제를 다변화하고 주요 성장 동력인 수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도 필수다. 내수 시장의 발전을 강조하고 소비를 장려하는 것은 보다 지속 가능하고 균형 잡힌 경제 모델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한국 정부, 중소기업, 관련 이해관계자들은 현재 수출 산업이 직면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출 중소기업 지원 대책

수출 중소기업 대다수가 대외환경 악화와 규제 장벽 등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향후 수출 경쟁력 확대를 위해서는 개별 기업 차원의 경쟁력 강화 노력과 더불어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많은 중소기업이 여러 규제로 인해 국내 고용과 투자를 줄이고 있는 만큼 기업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할당관세 대상 원자재 확대, 물류비 지원 등 기업의 원가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을 통해 우리 수출 중소기업의 가격 경쟁력 부족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수출 업력이 짧은 수출 초보기업을 중점적으로 지원해 왔다. 그러나 수출 업력이 오래된 기업도 수출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런 만큼 수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장기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전년도 수출액, 수출 이력 등 일차원적인 분류를 기준으로 수출지원사업 대상기업을 한정하기보다는 수출 중소기업의 특성을 다각도로 분석하여 보다 많은 기업에게 맞춤형 지원책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도 생산, 유통, 판매 전 과정에 걸쳐 혁신이 필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수출 업력이 오래된 기업일수록 경쟁력 확대를 위해 신사업을 발굴하거나 새로운 생산-판매 방식을 도입할 가능성이 낮다. 그러나 혁신의 필요성에 대한 중소기업의 인식 전환은 장기적인 중소기업 수출 경쟁력 제고의 전제조건이다. 이에 중소기업은 소셜 미디어, 프로세스 자동화/스마트화 등 비대면 마케팅 방식을 보다 개방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수출기업, 특히 수출 중소기업의 감소로 인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민간 부문, 중소기업 스스로가 협력하여 수출 경쟁력 향상을 위한 혁신적인 전략을 채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 중소기업이 원가 절감, 기술 발전, 시장 다변화, 역량 강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대한민국은 이러한 도전과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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