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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은행 연쇄 파산이 낳은 금리 인상기 종말

지난 22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에도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다.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 실리콘밸리은행 및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FR) 파산의 주원인이었다는 점이 시장의 공감대를 얻고는 있으나,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의지가 꺾인 것으로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주는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 월가의 반응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3월 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리 동결을 고민했냐는 질문에 고려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도 “물가 안정화에 전념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장기 타깃은 2%, 통화 정책은 시장에 신뢰를 줄 수 있도록 준칙을 따르겠다”고 언급했다.

지난 6일간 ‘연준’ 관련 키워드 클라우드/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인플레이션 시기 더욱 중요해진 통화정책의 ‘테일러 준칙(Taylor’s rule)’

거시경제학에서는 통화정책이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물가 조정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이른바 ‘테일러 준칙(Taylor’s rule)’이다. 장기 인플레이션 타깃값을 시장에 공표하고, 실제로 장기 인플레이션에 맞출 수 있도록 이자율을 미세 조정하면 시장이 인플레이션으로 물가 조정에 문제가 생기는 일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좀 더 쉽게 말하면 물가는 오르지면 예상 가능한 값만큼만 오르면 사실상 물가 상승이 없는 것처럼 시장이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미 연준 역사상 처음으로 경제학 박사 출신이 아닌 인력이 연준 의장이 된다는 평에 파월 의장의 임명 당시에 논란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기자회견 답변과 같이 거시경제학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보여주는 발언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논란을 불식시킨 바 있다.

이번에도 테일러 준칙에 따라 향후 통화 정책을 수행하겠다고 밝힌 것은 은행들의 연이은 파산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간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을 해왔던 것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 맞추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금리 인상을 포기할 수도 있었으나, 자칫 인플레이션 제어를 포기한다는 잘못된 신호가 시장에 뿌려지는 것을 경계했다는 것이다.

사진=Investing.com

‘물가 잡겠다’에서 ‘시장 기대치에 맞추겠다’로 바뀐 것

금융 전문가들은 베이비스텝으로 금리 인상을 선택하면서 동시에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담보로 자금을 지원하는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을 내놓은 것에 주목했다. 은행들의 연쇄 붕괴를 차단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대신 물가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해 왔던 관성을 유지해 테일러 준칙을 따랐다는 것이다.

다만 5월 FOMC에서는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치가 확연히 줄어든 데다 시장 불안정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준칙’에 따를 경우 더 이상 금리 인상은 어렵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에서 이미 5월 기준 금리가 4.75~5%에서 유지될 것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3개월 단기 채권 시장에서는 7월부터 이자율이 소폭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지난주에 발표된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CPI)에서도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이 6.0%로 나타나면서 물가 상승세가 완연히 꺾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는 공감대도 형성된 상황이다.

반면 영국 중앙은행은 23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고,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 국립은행(Swiss National Bank)은 같은 날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 6일간 ‘연준’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국내 시장 반응

미 연준이 우려했던 것과 달리 베이비스텝으로 소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한 데다, 파월 의장의 질의응답 시 나온 답변에서 시장 기대치에 맞추겠다는 의지가 확인된 만큼 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과 미 연준의 즉각적인 대응(붉은색 키워드 그룹), 시장 우려와 정부 지원책(녹색 키워드 그룹), 크레디트 스위스 은행 파산에 대한 유럽과 한국 시장의 우려(보라색 키워드 그룹)가 미 연준에 관련된 키워드로 등장한다. 대체로 소폭의 금리 인상은 예상됐던 바인 만큼 관심도가 낮고, 은행의 연쇄 파산에 따른 공포감이 확산되는 것에 대한 우려와 정부 기관의 정책적인 대응에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국내 금융권 전문가들은 스위스에서는 크레디트 스위스 은행 파산에도 불구하고 빅스텝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으나, 스위스프랑의 안전자산격 국제 통화적 지위 탓에 벌어진 일일 뿐, 실제 금융 시장에 퍼지는 두려움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설명했다. 특히 국내 은행권에서 크레디트 스위스 은행과 거래 관계가 있던 기관들의 자산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터져 나오면서 더더욱 국내 금리 인상도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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