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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민간 투자 확대 견인하는 CVC – ② 해외 CVC와 국내 CVC의 비교

2021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국내 일반지주회사에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orporate Venture Capital: CVC) 설립이 허용된 가운데, 일반지주회사 CVC가 해외 CVC처럼 우리나라 CVC 분야의 질적 성장을 주도할 수 있을지 기대가 실린다. 기존 국내 비지주회사 CVC가 역량 부족으로 인해 스타트업 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못했다는 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CVC는 일반 VC와 비교했을 때 자금 모집과 투자 규모가 크며, 해외 투자 및 공동 투자 빈도가 높은 편이다. 금융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한 자금 조달 전략을 구사하며 투자의 위험성을 줄인 덕분에 전반적인 회수 성과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CVC의 특징은?

지난 10여 년간 신규 설립 CVC 수가 급증하며, 글로벌 VC 생태계에서 CVC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CVC는 VC의 일종이지만, VC의 중개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모기업의 노하우와 사업 역량을 스타트업에 지원한다는 특징이 있다.

해외 CVC는 해외의 일반 VC(이하 일반 VC)와 비교했을 때 펀드 규모와 건당 투자 규모가 큰 편이다. 해외 CVC가 결성하는 펀드의 평균 규모는 1억 3,570만 달러로, 일반 VC(1억 200만 달러) 대비 33.0% 크다. 또한 CVC의 투자 건당 평균 투자 규모 역시 1,300만 달러로 일반 VC의 920만 달러보다 41.3%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략적 동기를 구현하기 위한 해외 투자, 투자 생태계 내 동화를 위한 공동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일반 VC의 투자단계는 주로 시드(18.4%)와 series A(21.5%)에 집중됐지만 해외 CVC의 투자 단계는 Series A(19.7%), Series B(17.9%)를 포함하여 시드부터 Series D까지 고루 분포되어 있다. 회수 비중이나 투자 실패율은 일반 VC와 유사하지만, 회수 수익률의 경우 해외 CVC 쪽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CVC 모기업의 기술, 전문성 및 네트워크를 활용해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결과로 풀이된다. M&A 비중도 일반 VC 대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CVC의 투자 재원 조달·자금 운용 방식

해외 CVC는 투자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내부 자금 조달, 외부 자금 조달, 그리고 내부와 외부 자금의 혼합 방식을 모두 사용한다. 이 중 내부 자금 조달은 모기업의 투자 사업부 또는 모기업의 100% 자회사 형식으로 운용하는 CVC 자체 자금을 사용하거나, CVC 자회사를 통하여 계열사 전용 펀드를 운용하는 방식으로 구분된다.

해외 CVC 중 내부 자금만을 활용하는 CVC는 전체 중 약 41%다. 자체 자금만을 활용하는 기업이 30.4%로 가장 많으며, 계열사 펀드를 운용하는 기업이 7.1%, 자체 자금과 계열사 펀드 운용 복합 방식을 택한 기업이 3.6%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펀드(일반 VC 펀드)를 통하여 투자 재원을 조달하는 CVC는 전체의 43.6%, 외부 자금과 내부 자금을 혼합하여 투자 재원을 조달하는 CVC는 15.4%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투자하는 기업 수가 많은 CVC는 내부 자금 조달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내외부 혼합의 비중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투자에 적극적인 만큼 투자자 간 위험 공유(risk sharing)의 필요성이 크고, 자체 재원의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내부 자금 조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외부 자금을 유치해 투자 효율성 및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통계는 절대적이지 않다. 해외 CVC는 특정 시기의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외부 자금 조달이 가능할 경우 이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스닥 시장의 수익률이 높으면 외부 자금을 활용하는 CVC가 증가하는 식이다. 절대적인 투자 재원 조달 방식을 정해두지 않고, CVC가 설립되는 특정 시기의 전반적인 금융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 재원 조달 전략을 유연화하는 것이다.

사진=pexels

기존 국내 비지주회사 CVC의 한계점

기존 국내 비지주회사 CVC는 해외 CVC와는 다른 양상을 보여왔다. 국내 일반 VC와 비지주회사 CVC가 전체 투자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77.2%, 22.8% 수준이다. 반면 해외의 경우 일반 VC가 89.4%, CVC가 10.6% 비중을 차지한다. 해외 대비 국내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에서 CVC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국내 비지주회사 CVC가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국내 일반 VC 펀드의 평균 규모는 318억원인 반면, 국내 비지주회사 CVC 펀드의 평균 규모는 204억원에 그친다. 건당 투자 규모도 일반 VC가 31억원인 반면 국내 비지주회사 CVC는 17억원에 불과하다. CVC 펀드의 평균 규모와 건당 투자 규모가 일반 VC보다 더 큰 해외와는 정반대인 셈이다. 국내 비지주회사 CVC가 스타트업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해외 CVC(47.2%)의 경우 원금 이상 회수 비율이 일반 VC(43.8%)보다 소폭 높지만, 일반 VC(37.5%)가 비지주회사 CVC(34.6%)보다 소폭 높다는 점도 다르다. 해외보다 국내 비지주회사 CVC의 회수 역량이 낮은 것이다. 국내 비지주회사 CVC의 공동투자 비중은 22.0%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일반 VC의 17.0%보다 높지만, 해외 CVC의 66.3%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국내 비지주회사 CVC가 일반 VC보다 공공·정책자금 출자 비중이 높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비지주회사 CVC가 민간 재원 조달을 통하여 운용 자율성을 확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새롭게 등장한 일반지주회사 CVC들, 시장 변화 이끌어낼까

이처럼 공정거래법 개정 이전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비지주회사 CVC는 근본적인 한계에 직면해 있었다. 해외 CVC와 달리 기술, 전문성, 네트워크 등 경영 자원 측면에서 역량이 부족했다는 평이다. 민간 재원을 바탕으로 기업 성장을 지원하고, 투자 생태계를 이끌어나가는 해외 CVC와 같은 힘이 사실상 없었던 셈이다.

대기업 집단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일반지주회사 CVC에 시장의 기대가 실리는 이유다. 2021년 공정거래법 개정 이후 급증한 일반지주회사 CVC가 기술력과 풍부한 경영 자원을 바탕으로 CVC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주길 기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반지주회사 CVC가 국내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 관행에 녹아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규제 한도 내에서의 CVC 운용 자율성을 제고, 일반지주회사 CVC가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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