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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중앙권한 지방이양 추진계획’ 발표, 권한만 이행하면 지방시대 열릴까?

사진=대통령실

10일 국무조정실은 전주 전북도청에서 열린 제3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중앙권한 지방이양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정부 관계자는 “저출생과 수도권 집중 심화로 지방소멸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과감하게 이양하기로 했다”며 계획 마련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그동안 수요자 중심으로 지방소멸 대응과 균형발전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실질적인 과제를 선정하고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이양한다는 3대 추진원칙을 세우고 지난해 7월부터 모든 지자체와 중앙부처가 참여해 과제를 발굴해왔다.

이에 정부는 과제 이행을 위해 국회와 협력, 관계 법령 개정을 신속히 추진하고 법령 개정 없이 가능한 조치들은 즉시 시행하기로 했다. 추진과정에서 재정·인력이 소요되는 권한 이양에 대해서는 인력 및 비용을 산정 검토할 방침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우리는 지자체를 단순 집행기관이자 감독 대상으로 바라보는 중앙집권적 행정문화에 익숙해져 있다”며 “현상 유지는 쉽고 안전한 길이지만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아니다”라고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진정한 지방시대 개막을 기필코 이뤄야 한다는 데 결연한 각오를 갖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지방의 저력을 믿고 과감한 권한 이양을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대학 지원 관련 권한, 지방 이양·위임

정부는 추진 계획에 따라 지역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하기로 했다. 그동안 지역 대학 재정 지원 사업을 할 때는 교육부가 주도하고 지자체는 컨소시엄 등을 통해 간접 참여했으나 앞으로는 지자체가 지역 대학 재정 지원을 주도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한다. 경제자유구역 안에 외국대학을 만들 때 설립 승인, 지도·감독 등의 권한도 교육부에서 시·도지사에게 이양된다.

기본적으로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하겠다는 말인데 이는 1월 초부터 당정 회의에서 나왔던 이야기로, 위기에 놓인 지방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현재 교육부가 가진 대학 재정 지원 권한을 2025년까지 모두 지방자치단체로 넘기기로 했다.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고위당정협의회를 통해 “위기에 처한 지방대학과 지역이 파트너십을 통해 선순환 발전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자체 주도의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를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정은 이를 위해 대학 지원 관련 권한의 지방 이양·위임을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5개 시도 내외에서 시범 추진한다. 지방대육성법 개정도 연말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당정은 또 부실 대학에 대한 구조개혁도 강력히 추진하기로 했다. 부실 위험이 크거나 회생이 어려운 대학의 구조 개선과 퇴로 마련을 위해 재산처분·사업양도·통폐합에 관한 특례를 부여하는 한편, 해산 시 공익법인·사회복지법인 등으로의 잔여재산 출연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사립대학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을 연내 제정할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대학 교육의 질을 올리는 길이 ‘중앙정부→지자체’?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는 지자체가 주도로 지역 발전과 연계해 지역 대학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대학지원 권한을 확대하고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대학에 대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체계다. 중앙정부가 아닌, 지역이 주도하는 인재 양성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반값 등록금 정책 시행 후 교육부의 지원금 없으면 사실상 자율적인 대학 운영이 어려웠던 구조를 지자체로 그 책임을 넘기는 정도로 보인다. 이 대안은 재정난으로 인해 대학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현상을 막을 수 있겠지만, 이미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 문턱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엉뚱한 곳에 지원금을 쏟아붓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도 나온다. 지자체가 대학을 감시할 만큼 ‘교육전문가’인지도 미지수다. 지원금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지원금이 적소에 쓰일 수 있도록 교육 현장에서 관리·감독을 수행할 알맞은 관리자가 함께 할 수 있는 제도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

최종 승인 권한,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교육부가 공개한 ‘2023년 교육부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 따르면 경제자유구역 내 고등 외국교육기관 설립·폐지·승인 등의 권한을 올해 안에 지자체에 이양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현재는 외국교육기관이 경제자유구역에 대학교를 설립하려면 교육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외국대학은 산업통상자원부와 각 지자체 경제자유구역청이 주도해 유치한다. 따라서 최종 승인 권한이 교육부에 있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설립 승인 권한을 지자체가 지니면 지도·감독 권한이 생기기 때문에 산·학 연계와 전문인력 공급 등을 고려해 경제자유구역 내에서 외국의 우수대학을 유치하고 운영하는 데 수월할 수 있다.

또한 지자체로 재정 분권 없이 권한만 이양할 경우 교육재정 부담을 그대로 떠넘기는 형태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자체의 재정 상황이 열악하면 지역 대학이 그대로 피해를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재 교육부가 운영하는 대학지원 사업 예산을 대폭 확대해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방안이 먼저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울에 집중된 대학들과 지역 대학들의 불균형이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예산 집행 권한을 지자체에 넘기면 지자체장이 대학을 지원해줄지 결정하게 된다. 즉 지자체가 해당 지역 일대 대학의 생사 여탈권을 쥐게 되는 것이다. 과연 공정한 평가 하에 지원이 될지, 되려 대학의 정치화가 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피할 수 없다. 지자체장 의지에 따라 지역 대학의 상황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갑자기 대학 교육까지 맡게 된 지자체의 부담은 말할 것도 없다. 지역 대학 살리기가 목적이라면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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