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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AC 진출, 업계는 “대환영”

기업벤처캐피털(CVC)이 연내에 창업기획자(AC)를 보유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고 스타트업 생태계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작년 12월 16일, 지주회사의 기업벤처캐피털(CVC)이 창업기획자(AC)를 보유할 수 있도록 제도를 더욱 개선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2020년 공정거래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일반지주회사는 금산분리 원칙 때문에 CVC를 보유할 수 없었다. 다만 개정 공정거래법은 2021년 12월부터 지주회사가 CVC를 개최할 수 있도록 했지만, 중소기업 창업투자회사(VC)와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규기사) 형태로만 가능했다. 당시에 AC는 제외됐다.

세계적 트랜드 CVC,미국이 금은동 싹쓸이… 중국은 4,5등

CVC는 사실상 금융업으로 분류된다. 금산분리 원칙에 어긋나 그동안 일반지주회사는 보유하기 어려웠지만 2021년 12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가능해졌다. 하지만 얼리 스테이지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AC 형태까지는 불가능했다. 당시 개정안과 관련하여 공정거래위원회는 AC가 벤처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VC 등에 비하여 크지 않다며 일반지주회사의 AC 보유를 추가로 허용함에 따른 투자 촉진 효과와 시급성이 크지 않은 측면을 강조했다. 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 방지를 위해 금산분리 예외의 범위를 최소화하고 투자·출자 제한 등 엄격한 요건 아래에서만 CVC를 보유·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한 취지를 감안할 때 개정 법률 시행 전 금산분리 규제를 추가로 완화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였다. 이례적으로 빠르게 완화되는 투자 규정은 최근 급격하게 벤처투자에 적대적으로 변하는 거시경제 환경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직되어가는 벤처 업계에 대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AC처럼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하는 그룹을 지원하고 그 규모도 늘리기 위함이다.

기업벤처캐피털(CVC)은 대기업이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의 한 형태다. 모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기여하기 위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든다는 점에서 기존 VC와 차별화된다. 대기업들은 M&A 후보를 확보하고 기술개발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CVC를 따로 두고 있다. 스타트업들도 CVC 투자가 금융 지원뿐 아니라 모회사와의 협업과 네트워킹, 새로운 시장 개척의 기회를 열어주기 때문에 환영하는 편이다. CVC 투자는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전 세계 상위 3개 CVC(Google Ventures, Salesforce Ventures 및 Intel Capital)는 모두 미국에 기반을 둔 회사일 만큼 미국이 이 분야에서 가장 선진적이다. 중국도 바이두벤처스와 레전드캐피탈이 전 세계 CVC 4, 5위를 차지하는 등 CVC에 적극적이다.

스타트업의 역동성으로 활용하는 대기업 인프라… 시너지 효과 기대

국내 CVC(기업벤처캐피털)는 글로벌 CVC와 비교해 투자 규모에 큰 차이가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CVC의 연간 투자액은 731억 달러(약 85조원)로, 투자 건수는 3,224건에 달했다. 차이가 나는 것은 해외 일반지주사의 CVC 보유 및 설립, 자금 조성 등에 대한 규제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구글, 인텔, 바이두, 텐센트, 레전드홀딩스 등 글로벌 CVC 기업들이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CVC를 운영하고 있어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투자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

지주회사 CVC 제도는 시장에 빠르게 정착하여 CVC를 통한 벤처투자 활성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경제 활력 제고와 중소·대기업 간 동반성장이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CVC 롯데액셀러레이터의 엘켐프에는 지난 5년간 총 3,660개 스타트업이 지원했으며, 119개 사가 선발됐다. 엘캠프 출신 기업들의 기업가치(벤처캐피털 평가기준)를분석한 결과, 입주 당시 총 3,029억원에서 2020년 12월 현재 총 9,164억원으로 3배가량 성장했다. 이 중 약 60%는 후속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임직원 수도 768명에서 1,382명으로 약 80% 증가했다.

현재 CVC를 보유한 지주회사는 총 9개, 투자조합을 설립하거나 직접 출자받아 1,511억원의 자금을 조성했다. 출자받은 자금 중 1,360억원(90%)은 CVC 자본금 및 계열회사로부터 조달한 내부자금이다. 이중 865억원이 투자에 쓰였고 800억원(93%) 이상이 국내 중소벤처기업 몫으로 돌아갔다. 이 밖에도 공정위는 사업화 전략을 함께 수립하거나 해외 진출을 돕는 등 동반성장 모범사례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한 스타트업 대표도 “CVC의 투자 범위가 확대되면 초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가깝게는 사무실 등 기업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측면이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AC 공시 의무 강화… ‘정보 비대칭 해소’

한편 AC의 공시 의무가 강화된다. 업계도 법 개정을 통한 AC의 공시 의무 강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개정안은 그동안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고시에 위임된 상태였다. 이제 창업기업 평균 투자금액과 전문 보육 현황 등 공시항목을 법률로 상향 규정한다. 이를 통해 투자자와 스타트업 간 정보 비대칭 현상이 해소되고, 스타트업 투자정보의 통일된 채널이 마련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점도 일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도 중소벤처기업부를 통해 정보를 공개해왔기 때문에 법 개정으로 AC의 부담이 늘어나지는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벤처투자법 개정안은 오는 4월 3일부터 시행되며, 하위법령은 업계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개정된다.

그동안 AC 업계가 영세하다 보니 투자금액 공개가 미흡한 등 투자 시 관리·감독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 개정으로 대형 CVC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돼 보다 투명하고 철저한 관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국내 대표 AC 상장사에 도전하고 있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내년 2월 코스닥 진출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계획이다. 상장되면 공시 의무가 자동으로 생긴다. 제도 개편으로 AC 업계에 철저한 관리·감독 문화가 정착되면 상장에 성공하는 AC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선 주요 시장참여자 정보를 투명하게 유통할 필요가 있다”라며 “다만 정보 공개는 투자계약 당사자의 경영상, 영업상 비밀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하는 만큼 세심하게 고민해 하위법령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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