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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권자 지형분석 ③ 진정한 공동체주의는 한국 정치에 없다

지난 기사에 대한 피드백 중 독자들의 유의미한 지적이 있었다. 바로 국민의힘을 개인주의 혹은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이라고 볼 수 있는가, 그리고 국민의힘의 지지자 중 개인주의 혹은 자유주의자들이 과연 다수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고령 유권자를 중심으로 하는 국민의힘의 코어 지지층의 경우 개인주의적이라기보다는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하지 않냐는 지적이 나왔다.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한국인, 공화주의와 자유주의의 토대 부실

실제로 한국인들은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한 편으로 보고됐다. ‘나’를 의미하는 경우에도 ‘우리’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것이 그렇다. 또한 ‘가족주의’, ‘민족주의’, ‘온정주의’, ‘대세론’ 등의 용어가 한국인들의 집단주의적인 특성을 나타내는 말로 알려졌다.

F.A. 하이에크/사진=flickr

그러나 인간의 전근대적인 부족감성(tribal mentality)에서 출발하는 집단주의와 공동체의 덕성을 중시하는 공화주의는 개인주의와 대립하는 이념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그 본질과 양태에 있어 매우 다른 형태의 이념이다. 집단주의는 F.A.하이에크의 설명에 따르면 수렵채집인 시절 인류가 갖고 있었던 연대감, 유대감, 사랑, 집단주의적 사고, 감성적 사고 등 원초적인 인간의 감성에 따른 저차원적 이념이다. 즉 공화주의는 근대국가 혹은 현대 국가의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덕과 지성의 고양을 강조하는 이념으로, 국가 및 사회적 공동체의 생존과 번영을 추구하는 고차원적 이념이며, 집단주의와는 명백히 구분돼야 한다.

따라서 서구 선진국에 비해 민주주의의 역사가 짧은 대한민국의 경우, 진정한 의미의 공화주의나 자유주의자의 비중이 작고 집단주의적 신념이 강한 유권자들이 많다. 따라서 원초적 감성에서 출발하는 집단주의 변수를 제거하고, 공화주의나 자유주의의 틀로 분석할 수 있는 경우만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

좌-우 성향 판단 잣대, 효율성 추구냐 가치 지향이냐 

경제적·물질적 가치의 배분과 관련된 좌우(左右)의 구분에 대해서도 독자들의 여러 피드백이 있었다. 좌·우 성향이 단순히 나뉘는 것이 아니라, 자유시장 원리에 의한 적자생존(適者生存)이라는 결론 자체에 대해 효율성 측면만 고려하는지, 혹은 도덕적·가치적 판단 잣대까지 들이미는지에 따라 좌·우 성향이 나뉜다고 결론지었다.

이러한 수정 사항들을 반영한 새 유권자 지형 그래프는 위와 같이 나타난다. 국민의힘 지지층 중 여전히 자유주의자가 공화주의자보다 많은 이유는, 사실 국민의힘 고정 지지층의 성향이 시민적 덕성을 중시하기보다는 개인의 우월성을 추구하거나 배금주의적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가진 어두운 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최근 민주당 지지로부터 이탈한 2030세대의 경우 그림의 2사분면 영역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동체적 덕성보다는 개인의 이기심이 크고, 기성세대가 보여주는 것과 같은 집단적 단결력이 약하고 ‘비혼주의’ 등으로 대표되는 원자화된 삶을 추구하지만, 경제적 자원 분배에 있어 자신이 승자의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에 철저한 자유시장적 적자생존 논리에는 거부감을 표시하는 경우이다. 평창 올림픽 남북 단일팀 논란에서 봤듯이, 집단 전체를 위해 때로는 개인을 희생할 수 있다는 당시의 문재인 및 민주당 정부와 그 중장년 지지층의 논리에는 철저히 반대하는 사람들이다.

결국 대한민국의 경우 최근 들어 경제적 자원의 배분에 대한 좌·우의 구분은 뚜렷해지고 있지만 아직 자유주의와 공화주의 간의 대립보다는 원초적인 감정에 따른 집단주의 혹은 개인적 이기주의의 대립이 주로 정치적 공론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대로 된 공동체주의가 자리 잡아야만 올바른 정치적 논쟁이 가능한데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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