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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Z세대가 취직을 못하는 이유 ③

사진=유토이미지

Z세대 취업과 관련한 또 하나의 문제점으로 정보 수집 역량이 굉장히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회사에 대한 기초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방문해 본다거나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보는 등의 행동은 일절 하지 않은 채 면접장에서 ‘그걸 왜 찾아봐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Z세대가 10명 중 8~9명 정도 된다는 것이 기업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학원, 대학원은 가는데 인턴십은 갈 생각이 없다?

K대 졸업 후 ‘비(非)SKY’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로 재직 중인 A씨는 비SKY 로스쿨을 가는 후배들에게 ‘법학전문적성시험(LEET) 후 여름 방학 중에 뭘 하면 좋겠냐’는 질문을 받았던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질문을 받고 ‘조·중·동 레벨의 신문사 인턴을 하면 어떠냐고, 월급 받으면서 신문사 기자급으로 글쓰기 훈련도 할 수 있고, 앞으로 신문사 돌아가는 구조나 기자들 알아두면 두고두고 도움이 된다’고 상담해줬더니 그런 학원이 어디 있냐면서 아예 이해를 못하더라”고 운을 뗐다.

A씨는 “그 후배는 아마 SKY 로스쿨에서 미끄러졌으니 어떻게든 그 격차를 메워 넣기 위해 다른 인턴 자리로라도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 달라는 뜻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무슨 학원에 다니면 된다’, ‘어떤 교수를 만나면 된다’ 같은 종류의 눈에 뻔히 보이는 선택지를 달라는 건데 SKY 로스쿨에서도 4대 로펌, 10대 로펌을 들어가는 경우는 최상위권 일부”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어차피 SKY 로스쿨에 갔어도 그런 최상위권이 되기 힘들었을 자기 현실을 받아들이고 적절한 커리어 설계를 해야 하는데 시험을 치던 때처럼 ‘정답지’만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입학생이 급격히 증가한 서울 시내 AI대학원 관계자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는다. 대학원에서 모든 것을 다 가르쳐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입시에 필요한 ‘스펙’ 맞춰 넣기에만 몰두한 채 수학, 코딩 및 기타 관련 지식은 전혀 공부할 생각이 없는 탓에, 결국 교수진들이 교육 수준을 크게 낮춰 학부 수준도 아닌 학원 수준의 교육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대 데이터 사이언스 대학원 1기생 B씨는 해외 대학에서 학부와 석사 과정을 마친 경우로, 데이터 과학 교육에 큰 기대를 갖고 국내 명문대에 입학했다. 그러나 본인과 비슷한 실력을 갖춘 3명의 학생을 제외한 나머지 47명의 대학원 신입생들 모두 통계학은 물론, 학부 저학년 수준의 기초 수학 실력마저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B씨는 “결국 서울대를 자퇴하고 인턴십을 하며 해외 온라인 대학원 과정을 찾아간 상태”라며 “해외 온라인 대학에 입학하면서도 한국인 학생들이 많을 경우 괜히 수준을 낮추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컸다”고 밝혔다.

커리어 설계 능력의 총체적 부실

고시, 공무원 시험 등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는 시험을 통해 구직하는 행위는 조선시대 과거시험부터 있었던, 가장 홍보가 많이 된 구직 채널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시험 외에도 수많은 취업 채널이 존재하며, 되려 과거시험 스타일의 시험은 통과하더라도 급여나 처우 부분에서 만족하기 어려운 시대다.

한 기업 인사담당자는 “단순히 ‘위험 회피적(Risk-averse)’인 성향이어서 공무원 시험에 도전한다기보다는 정보를 찾을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남들이 알려주는 정보만 따라가는 이른바 ‘남들 따라가기 전략’이 현재 Z세대 취업 전략의 주류가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선 기업에 면접 갈 때 회사 정보 검색이라는 기본적인 행동도 안 하는 것이 대표적인 증거”라고 부연했다.

40명 이상의 직원을 채용하고 있는 강남 일대의 모 스타트업 대표는 “‘어떤 업무를 통해 어떤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 것이다’와 같은 생각이 아예 없고 ‘공무원이 되면, 공기업에 가면, 대기업을 가면 그 회사가 어떻게든 알아서 내 숨겨진 역량을 찾아주고 내 능력을 알아서 키워주겠지’라는 안이한 마인드가 현재 Z세대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어 “한편으로는 고시, 대기업 등 ‘뻔한’ 채용 시장을 통과한 M세대 이전 세대가 Z세대에게는 다양한 정보를 검색하라고 지적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정부 레벨에서 다양한 커리어 방향에 걸맞은 정보를 Z세대 학생들에게 공유해주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회사 홈페이지 검색도 안 해보고 면접장 가는 애들한테 정부 차원의 노력이 효과가 있을 것인가는 미지수”라는 반응도 나왔으나, 대체로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등의 명확히 알려진 경쟁, 구직자의 잠재력을 키우기보다는 ‘부품’이 되라고 강요하는 입사 시험 속에 수많은 인재가 갈 곳을 잃고 있는 것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부분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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