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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전세 대신 월세로, 부동산 시장 침체기 진입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손 씨는 결혼을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혼집을 전셋집으로 마련하려 했지만, 가파르게 오르는 대출 이자 탓에 월세 매물을 찾기 시작했다. 이마저도 월셋값이 오를까 걱정이다. “지금 연봉으로는 이자도, 월세도 내기 빠듯한데 집을 어떻게 구해야 할지 막막해요.”

‘전세대란’ 대신 ‘월세대란’ 

8월 ‘전세대란’설은 잦아들었지만 부동산시장엔 ‘월세대란’ 불안감이 팽배하다. 전셋값이 안정된 듯하지만 그 배경엔 가파른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자리한다. 월세 수요가 늘면서 월셋값이 계속 올라 세입자 부담은 커졌다.

26일 부동산R114는 같은 단지, 동일 평형의 전·월세 계약이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1~5월 각각 한 건 이상씩 이뤄져 비교가 가능해진 2,361건의 평균 거래 금액을 살펴봤다. 월셋값은 하반기에 비해 올해 평균 719만원(1.2%) 오른 반면, 전셋값은 6억3,930만원에서 6억2,512만원으로 2.2% 떨어졌다. 이는 최근 1년간 서울아파트 전월세전환율(4.1%·한국부동산원)을 적용해 환산 보증금을 구한 결과다.

수치상 떨어져 보이는 전셋값에는 대출 이자 부담에 짓눌린 세입자들의 절박한 심정이 담겼다.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금리가 최근 6%까지 치솟으면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세입자들이 한 푼이라도 아끼고 덜 내려고 월세로 갈아타는 것이다. 금리가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니 불확실한 대출금리로 마음을 졸이느니 계약 기간만큼은 금액이 고정되는 월세가 차라리 낫다는 것이다.

깡통전세도 월세대란의 원인이다. 25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경기도는 올해 3·4분기(7~9월) 1만 가구 이상의 입주가 예고됐다. ▲7월 1만970가구 ▲7, 8월 1만1938가구 ▲9월에는 1만3801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통상 신축 아파트 입주 시에는 잔금을 치를 여력이 부족한 집주인들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전세를 내놓으며 전세 물량이 늘어난다. 최근 2년간 전세대란은 이 같은 신규 입주 물량 부족이 한몫을 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 시장은 ‘전세대란’으로 고통을 겪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첫째 주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0.28% 오르며 2015년 4월 셋째 주 이후 6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임대차2법 시행 뒤 시장 혼란이 커졌던 2020년 8월 첫째 주 수준(0.17%)을 뛰어넘은 것이다. 8월은 강남권과 목동, 중계동 등 주요 학군지들로 이주하려는 학부모들의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다. 학군지 이주 수요에 농협·우리·SC제일은행 등이 전세자금대출을 제한적으로 취급하는 ‘대출대란’까지 겹치며 임차인들의 고통은 더욱 커졌다.

전세가격의 하락, 월세 비중은 증가 

하지만 올해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인다. 올해 8월 셋째 주 경기도 아파트 전세가격은 -0.11%를 기록했다. 특히 같은 기간 인천의 전세가격 하락 폭은 -0.34%를 기록하며 전국(-0.08%)과 서울(-0.07%)의 4배 이상, 수도권(-0.13%)과 경기(-0.12%)보다 배를 각각 넘는 수준까지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이유를 금리급등에 따른 ‘전세의 월세화’ 심화라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아파트 가격이 급락하며 2년 전 비싼 시세로 전세계약을 한 임차인들은 전세금을 돌려받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실제로, 처음으로 월세 거래 비중이 전세를 앞질렀다. 그동안 급격히 오른 전셋값과 대출금리를 감당하지 못하는 세입자와, 세 부담은 커지고 집은 팔리지 않는 집주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제 전세 시대는 끝나고 월세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전·월세 거래 중 월세 거래의 비중은 51.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올해 1월 45.6%였던 월세 거래 비중은 계속 증가하면서 지난 4월 처음으로 절반(50.4%)을 넘겼다. 전·월세 신고제 도입으로 인해 월세 거래 신고가 늘어난 점을 고려해도 증가세는 가파르다.

키워드 ‘월세’ 언급량 기간별 추이/사진=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최근 국민들의 월세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 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에서 독자적으로 월세에 대한 인터넷상 언급량을 조사한 결과, 평균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급량이 가장 많았던 날은 7월 28일로 약 2,400만 건에 달했다. 그 전날인 7월 27일 언급량 약 100만 건과 비교했을 때 무려 24배 큰 수치이다. 또한, 최근인 8월 23일에도 언급량이 약 2,100만 건에 달했다. 언급량이 2,000만 건을 넘은 날은 7월 27일, 8월 23일 이외에 8월 17일(언급량 약 2,200만 건)이 있다.

키워드 ‘월세’ 채널 카테고리별 언급량/사진=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이러한 관심은 언론 매체인 뉴스보다 국민들에게 있어 접근성이 좋고 장벽이 낮아 비교적 의견을 쉽게 표출할 수 있는 매체인 커뮤니티에서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뮤니티에서의 언급량은 약 3억7천만 건에 달했다. 이는 뉴스에서의 언급량 약 3,000만건 과 비교했을 때 12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전세와 월세에 직접적으로 이해관계에 놓여있을 가능성이 높은 국민들이 언론보다 더 월세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다. 한편, 카페에서의 언급량은 약 2억 건으로 2위를 차지했고, 유튜브에서의 언급량은 약 380만 건으로 가장 낮았다.

키워드 ‘월세’ 긍부정 비중/사진=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키워드 ‘월세’ 긍부정 비중 기간별 추이/사진=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키워드 언급량 분석, 전·월세 모두 부정 평가가 과반

물론 국민들도 월세를 선호해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깡통전세 사태와 금리 인상이 맞물려 어쩔 수 없이 월세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월세에 대한 인식 자체가 좋은 것은 아니다. 월세에 대한 인터넷상 언급량을 토대로 긍부정 평가를 조사해본 결과, 부정 평가는 약 56.01%로 긍정 평가 43.99%를 웃돌며 과반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기간별로 긍부정 평가를 살펴보면, 부정 평가와 긍정 평가의 차이 폭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8월 1일에는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를 역전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 날 긍정 평가는 약 2억5천만 건으로 부정 평가 2억 건보다 5천만 건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키워드 ‘전세’ 긍부정 비중/사진=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키워드 ‘전세’ 긍부정 비중 기간별 추이/사진=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반면 전세는 정반대의 추세를 보여주었다. 전세에 대한 인터넷상 언급량을 토대로 긍부정 평가를 조사해본 결과, 부정 평가가 57.81%로 긍정 평가 42.19%를 웃돌며 과반수를 차지했다. 이는 월세에 대한 부정 평가보다 1.8% 높은 수치이다. 또한 기간별로 전세에 대한 긍부정 평가를 조사해본 결과, 월세와 달리 지난 한 달 내내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가 가장 높은 날은 8월 5일이었으며, 약 3억7천만 건을 기록했다. 이날은 부정 평가와 긍정 평가의 차이 폭이 가장 높은 날이기도 했는데, 긍정 평가 약 1억4천만 건과 2억3천만 건의 차이가 났다. 이어 가장 최근인 8월 23일, 24일은 부정 평가가 각각 3억 건과 2억 건을 초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키워드 ‘월세’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사진=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아울러 월세와 관련돼서 언급된 키워드를 네트워크 차트로 정리해본 결과, 월세와 가장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 키워드는 ‘대출’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다음으로는 ‘집값’이었다. ‘아파트’ ‘전세’ ‘월세’ ‘가격’ ‘대출’ 등의 키워드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하늘색 키워드 그룹은 ‘월세’ 키워드 그룹이라 해석된다. 이어 ‘부담’ ‘문제’ ‘금리’ ‘정책’ ‘세금’ 등의 키워드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초록색 키워드 그룹은 ‘대출’ 키워드 그룹이라 해석된다. 마지막으로 ‘매매’ ‘투자’ ‘하락’ ‘임대’ ‘계약’ 등의 키워드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빨간색 키워드 그룹은 ‘집값’ 키워드 그룹이라 해석된다.

‘월세’ 키워드 그룹과 ‘대출’ 키워드 그룹은 서로 나란히 붙어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두 그룹 간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집값’ 키워드 그룹 역시 나란히 배열되어 있어 ‘월세’와 관련성이 있긴 하지만, ‘월세’보다 ‘대출’에 더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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