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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한당계와 새보계로 나뉜 국민의힘 청년 정치인들

국민의힘의 청년 지지층과 정치인들은 크게 두 분파로 갈려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구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새로운보수당)으로 갈라지면서 나타나게 된 현상이다. 이후 보수통합을 통해 한 당으로 합쳐졌지만, 그 과정을 통해 생긴 앙금은 여전하다. 보수 성향이라는 공통점 이외에 정치적 노선부터 선호 정치인까지 상당한 차이를 보이며 그간 크고 작은 갈등이 있었지만 최근 이준석 대표 징계와 비대위 출범으로 인한 당대표직 상실 사태를 두고 점점 고조되고 있다.

두 파로 나뉜 국민의힘 청년 정치인들의 갈등

첫째로 김용식 전 국민의힘 서울시당 대변인의 경우, 자유한국당 시절 당협위원장 공개오디션를 통해 선발돼 서울 노원병 지역구의 당협위원장을 역임했지만, 보수통합 과정에서 이준석 대표와의 경쟁에서 밀려 노원병 지역 공천을 받지 못하고 경기 남양주을 지역의 당시 미래통합당 공천을 받아 선거에서 낙선한 바 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이준석 대표와의 당 대표 경선 당시 토론회에서 언급했던 사안이며, 소위 ‘자한당계’와 ‘새보수계’의 갈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사진=국민의힘 구 중앙청년위원회 페이스북 캡처

미래통합당의 총선 참패 이후 국민의힘으로 이름이 바뀌고 나서도 비슷한 상황은 지속적으로 연출됐다.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 포스터 사건이 대표적이다. ‘하나님의 통치가 임하는 나라’ 등 조롱거리가 될 만한 문구들로 장식된 포스터로 인해 큰 사달이 났었고, 당시 박결 중앙청년위원장이 정계 은퇴 선언을 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해당 사건 뒤에는 뿌리 깊은 자한당계와 새보수계 청년들 간의 갈등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해당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관련자들이 내정취소와 면직처분을 받았는데, 이에 대해 김종인 위원장이 자한당계가 주를 이루는 중앙청년위원회 위원들을 홀대한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비대위 구성 당시부터 계파별 청년 안배를 했다는 반론도 존재하나, 안배했다는 것 자체가 갈등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 서울,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과정에서 잠시 의기투합했다가, 이준석 대표의 당 대표 선출 과정에서 갈등이 다시 한번 격화됐다. 자한당계 전·현직 청년 당직자들이 자신의 SNS에 이준석 대표를 비판하는 내용을 집중적으로 올린 것이다. “이준석 대표가 당선되면 국민의힘을 탈당하겠다”고 공언했던 한 30대 여성 당직자의 경우 이 대표의 당선 이후 탈당하지 않자 이준석 대표 지지층에 의해 집중 ‘좌표’가 찍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러 차례 공개적인 비난을 당하기도 했다.

대립해온 보수정당 청년 정치인들 하나로 통합할 리더십 필요 

다만 이 대표의 당 대표 당선 이후 이 대표의 팬덤이 전국구로 확산되면서, 자한당계 청년 정치인들과 지지층은 다소 침체된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에게 실질적으로 대적이 안 된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일부 청년 정치인들은 유학을 가거나, 직장 활동 등으로 복귀하는 등 많은 수가 당을 떠났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 이후 상당수의 자한당계 청년 정치인들이 중용되면서 다시 정치권으로 복귀하기도 했지만, 결속력은 매우 떨어져 있는 상태로 평가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이준석 대표의 정치적 위치가 위태로워지면서, 본래 이준석계로 분류되던 박민영 현 국민의힘 대변인의 거취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준석 대표가 기획한 대변인 선발 오디션 ‘나는 국대다’ 시즌 2의 우승자인 박 대변인은 8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누구도 대통령을 지켜주지 않을 때에는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는데,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박 대변인의 ‘전향 선언’ 혹은 윤 대통령에 대한 투항 선언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박 대변인이 소위 ‘이핵관(이준석 핵심 관계자)에서 조만간 윤핵관으로 변신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금의 자한당계와 이준석으로 대표되는 새보수계의 대립은 기저에 깔려 있는 정치철학과 사상의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단순한 정치적 대립으로 볼 수 없다. 이는 잠재적인 갈등의 씨앗이며,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남길 수 있을 만한 뇌관이다. 이를 중재할 수 있고 다른 두 세계관을 결합할 수 있어야 보수진영에 미래가 있기에 그것이 실행 가능한 정치인이나 세력에게 여론의 관심은 쏠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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