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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동산 가격이 출생률에 미치는 영향

동물에게 있어 서식지는 재생산의 필수적인 요소에 해당한다. 그런 만큼 서식지의 파괴는 동물들을 죽이고 후대를 생산하지 못하게 해 종의 멸종을 불러온다. 문제는 이러한 서식지 파괴 현상이 현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4일 오후 7시 방영된 KBS 1TV ‘이슈 PICK 쌤과함께’에 출연한 전영수 한양대 교수는 대한민국의 인구 절벽의 원인을 부동산 가격에서 찾았다. 전 교수는 “높은 집값에 부담을 느낀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만약 전 교수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인간에게 있어 서식지란 주택과 같은 만큼 그 주택의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청년들이 서식지 파괴로 인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주택 가격과 출생률의 상관관계

과연 높은 집값이 청년들로 하여금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하는 진짜 이유일까. ‘지역주택가격과 결혼연령 및 첫째, 둘째 자녀 출산 시점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거주하는 지역의 주택가격이 상승할 경우 통계적으로 남녀 모두의 결혼 연령이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이 여성보다 결혼 연령의 상승 효과가 더욱 큰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주거비 부담이 남녀 모두에게 결혼을 늦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한 결혼 지연은 첫 자녀의 출산 시기를 늦출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출생률을 낮추는 연쇄적인 부작용을 초래한다. 즉 높은 집값에 부담을 느낀 청년층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다는 전영수 교수의 증언은 상당 부분 사실관계와 합치하는 셈이다.

정치권에서도 이와 같은 상식은 통용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주택공급을 늘려 집값이 하향 안정화해야 출생률을 높일 수 있다”며 “저출생 등 주택 문제는 국가 존립과 직결된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근래 부동산 시장의 경우 소위 ‘대장주’로 꼽히는 아파트값마저 2년 2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됐다. 이렇듯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 가격이 출생률과 성혼율 반등에 도움이 될까?

부동산 가격 안정, 만능 해답일까?

일본의 청년들은 1990년대 초반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부동산 매수에 있어 조급해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연애 자체를 하지 않는 청년의 비중도 우리나라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계출생률은 1.39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보다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일본인들은 성혼만 하면 한국 부부들보다 자식을 많이 낳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 수도권 밖 지방의 사정도 일본과 비슷하다. 지난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합계출생률은 0.92명인 데 반해 수도권 합계출생률은 0.85명으로 집계됐다. 또한 2018년 기준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의 비율이 수도권은 43.6%인 반면 지방은 36.2%에 불과했다. 이는 인구밀도가 출생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긴 하나, 지방의 상대적으로 낮은 부동산 가격 역시 출생률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즉 출생률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인 변인은 부(-)적인 영향을 미칠 때는 그 크기가 크지만, 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는 그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분석된다. 부동산 가격 안정도 중요하지만, 양육비 지원 확대, 유연근무제 도입 등 실질적인 정책들도 함께 적용해야 출생률을 조금이나마 반등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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