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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왜 국민의힘은 이준석을 싫어하는가?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성비위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한 이준석 대표가 7월 8일 국회 대회의실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 윤리위원회에 의해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토사구팽”과 “자업자득”이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0선의 이준석 대표는 지난해 6월 전당대회에서 당원투표(70%)와 여론조사(30%)를 합산한 결과 43.8% 득표율을 기록하며 4선 나경원(37.1%), 5선 주호영(14.0%), 5선 조경태(2.8%), 4선 홍문표(2.2%) 후보 등 다선의 쟁쟁한 후보들을 꺾고 국내 정당사에서 초유의 30대 당 대표에 선출되는 기록을 세웠다.

이 대표는 3.9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당시 윤석열 후보를 비롯한 윤핵관들과 대선 기간 내내 마찰을 빚었으나, 2030세대 유권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그러나 대선 이후에도 당내에서는 주도권을 쥐려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과 잦은 대립각을 세우며 갈등을 이어갔다. 이후 극심한 권력투쟁 양상으로까지 번지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던 이준석 대표와 윤핵관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와 시민단체 등이 성상납 의혹을 제기하면서 전기를 맞았고 이 대표는 이로 인해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돼 징계절차 개시가 의결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월 8일 새벽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한 뒤 국회를 나서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보수 정당의 기본 방식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린 이준석 대표

이번 중징계를 두고 이 대표는 당대표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당내 의원들 중 이 대표를 따르는 사람이 10명 내외일 정도로 당내에 이 대표의 적이 많은 상황인 만큼 이 대표의 장래 전망은 그리 좋지 않다. 대체 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준석을 싫어하는 것일까. 대표적인 이유로 이준석 대표의 인격상의 결함이 지적되고 있지만, 사실 그리 단순한 문제만은 아니다. 좀 더 깊게 고찰해보면 보수 정당 내에서 정치인들이 국민의 대표자로서의 권위를 얻고, 정치적으로 성장하는 기존의 방식 자체를 송두리째 흔들어버리는 것이 이준석 대표의 존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치인에게 권위 확보는 사실 굉장히 중요하다. 권위는 그 행사자에 대한 존경과 믿음, 신뢰에 따라 자발적으로 그 행사자의 영향력을 수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도덕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의 ‘도덕 기반 이론’에 따르면 피치자에 의해 정당화되는 권력을 권위라 볼 수 있으며, 이는 보수주의 정치인이 갖춰야 할 중요한 도덕적 가치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정치인은 어떻게 권위를 확보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철학자 막스 베버가 내리고 있다. 베버는 권위를 카리스마적 권위, 전통적 권위, 법적 권위 등 3가지 종류로 나눈다. 이 중에서 현대 민주주의 시대에 중요한 것은 카리스마적 권위와 법적 권위라 볼 수 있다. 카리스마적 권위는 개인의 매력이나 강력함 등을 통칭하는 정치인 개인의 카리스마에서 나오며, 법적 권위는 대의민주주의 사회의 경우 선거에서의 선출 등이 부여한다.

이러한 이론을 현재 국민의힘의 상황에 대입하면,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선거에서의 당선과 더불어 개인의 강력함 및 매력에서 오는 카리스마로 자신의 권위를 획득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보수진영 정치인들의 카리스마 획득 방식은 주로 고등고시 합격, 명문대 박사 학위, 명망가 집안, 사업 성공, 독보적인 사회적 유명세 등 ‘뛰어난 사회적 성취와 기득권’에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화려한 스펙을 이용해 선거에서 당선됨과 동시에 법적 권위 확보에도 성공한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에서 이준석 대표와 대립하는 정치인들인 안철수, 정진석, 장제원 등의 과거 이력을 살펴보면 위와 같은 조건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제20대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연설하는 이준석 대표/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대표의 카리스마적 권위와 법적 권위 획득 방식

반면 이준석 대표가 정치인으로서의 권위를 획득한 방식은 사뭇 달랐다.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하기는 했으나, 워낙 어린 나이에 정계에 데뷔한 만큼 카리스마를 부여하는 수준의 사회적인 성취는 없었다. 그 대신 자신의 비전과 아젠다로 이준석이라는 개인의 매력과 높은 인지도를 십분 활용해 2030세대 대중들에게 진정성을 중심으로 어필하는 전략을 썼고, 그것이 먹혀들어 갔다. 카리스마적 권위를 획득한 후 이를 기반으로 당대표 선거에 도전해 법적 권위마저 획득한 것이 이준석 대표의 성공 방식이다.

이는 정치적 역량 그 자체보다 사회적 성취에 기반해 정치인들 간의 우열을 결정지었던 기존 보수정당의 공식을 완벽히 파괴하는 성질의 현상에 가깝다. 국민의힘 내 기득권을 갖고 있는 기성 정치인들이 자신이 가진 권력의 토대가 이준석이라는 존재로 인해 흔들리는 것을 직감했다면, 그들이 취할 액션은 다소 간명하다. 즉 존재 자체가 기존 보수정당 정치인들의 존립 근거를 흔드는 사람이기에, 어쩌면 이준석 대표가 기성 보수정당의 질서와 타협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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